미국 시카고대학의 멕콜리(J. D. McCawly) 교수는 미국인인데도 매년 10월 9일 한글날에 빠짐없이 한국 음식을 먹으며 한글 탄생을 기념한다. 한글이란 훌륭한 문자가 세계인의 생활을 편리하고 윤택하게 한다는 생각에서다. 세계에는 7,139종의 언어가 있고 293종의 문자체계가 있는데, 한글은 24개 문자로 11,172자의 소리를 표현하는 문자다. 중국어가 400개의 소리, 일본어가 300개의 소리를 표기해 낸다고 연구된다. 한글은 한자나 일본어에 비해 컴퓨터 업무능력도 7배 빠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발음을 표기할 수 있는 문자라는 게 국제적으로 입증이 된다. 세계적인 과학잡지 “디스커버”(1994년 7월호 특집)가,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합리적인 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문자학적 사치’라 했다.
이렇게,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문자를 사용하는 덕분에 우리나라의 문맹률은 1%대다. 우리의 교육열 덕택도 있겠지만. 20세기 초 중국의 문맹률이 90%였는데 최근에 50%대로 낮추었다고 한다. 유명 배우 성룡은 한자를 몰라 대본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중국인임에도 불구하고 한자를 제대로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스타가 된 뒤에 한자를 익혔다고 한다. 한국은 북한, 일본은 물론 몽골, 러시아, 캐나다, 프랑스, 미국보다 문맹률이 현저히 낮다. 한글의 우수성을 극찬하는, 세계의 학자들은 수 많다.
한글은 수출도 되고 있다. 동남아시아 찌아찌아족에 한글이 수출돼 그들의 언어는 한글로 표기되고 있다. 지금 한글 사용 인구수는 세계 12위로 프랑스어 다음이다. 한류 전파와 한국 취업 인기로 인해 세계에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젊은이들이 붐을 이루는 나라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외국어 또는 제2언어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학과를 두는 대학이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 언어학대학에서 세계 모든 언어의 우수성을 두고 순위를 매길 때 한글을 그 1위에 올려놓는다. 1996년 프랑스에서 세계 언어학자들이 모여 학술회를 하는데 한글을 세계 공통어로 쓰자는 토론이 있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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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3년 세종대왕이 만든 훈민정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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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을 맞아 우리 주위의 글살이를 한번 되돌아본다. 김천시청 청사에 차량을 몰고 들어가자면 차량 통제기에 ‘절대 서행’ 이란 문구를 마주치게 된다. 차량 운행 질서는 당연히 지켜져야 한다. 그런데 권위주의적이며 강압적이어서 어색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삼엄한 군 부대도 아닌데. 한국어에서 ‘절대’, ‘결코’, ‘별로’라는 말은 뒤에 부정어를 수반하여 부정문으로 쓰는 게 일반적이다. “절대 안 간다” “결코 참을 수 없다” “별로 안 보인다” 등으로. ‘절대’가 비교, 제한, 구속이 없는 경우에는 ‘절대 권력’ ‘절대 진리’ 등의 명사로 쓰인다. 그러니 이 문구를 언뜻 대하면 ‘절대로 서행하지 마라’는 뜻으로 읽힐 수도 있다. 뭔가 부족한 사람이나 다문화인이 보기엔 그래 읽힐 수도 있다. ‘필히 서행’이 보다 자연스럽고 부드러우며 오해의 소지가 없는 표현이 아닐까. 더 친절미와 겸양미를 보이려면 ‘반드시 서행하십시오’ 정도가 어떨까. 해피투게더 김천시정의 제일 모토가 ‘친절’ 아닌가.
직지천이 자산동에서 감천과 맞닿는 곳에 다리이름은 '직지교'인데, ‘직지사천’이라 써 붙인 안내판이 있다. 자산동과 신음동 경계에 있는 이 직지천을 직지사에서 관리한다는 뜻인가. 그게 아니라면 ‘직지천’으로 써야 함은 물론이다. 안내판을 세운지 몇 십 년이 지났을 텐데 아직 아무도 건의하는 사람이 없는 모양이다. ‘직지천’ 으로 쓰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는가.
부곡동에는 김천시를 상징하는 시민탑이 있다. 대로에 접한 이 탑 설명문에 홍성문과 김우조 조각가가 설계하고, 탑문은 정완영 시조시인이 지었으며, 글씨를 전장억 서예가가 썼다고 설명함에 ‘김천교 교사 전장억’이라 쓴 부분이 있다.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전장억 선생님이 김천교 다리에서 수업을 했다는 말인가. 선생님은 일생 김천고교에서 교사 생활을, 정년 후엔 김천노인대학장을 지낸 분이다.
세계인들이 최고의 알파벳이라 예찬하는 한글을 우리가 허투루 대하지는 않는지. 영어 하나 잘못 쓰면 부끄러이 여기면서 자기 나라말 하나 잘못 씀에 부끄럼을 느끼지 못한다면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세계의 수많은 문자 중에서 만든 이와 만든 시기가 역사에 분명히 밝혀져 전하는 문자는 한글뿐이다. 훈민정음창제 후 언문(백성이 일반적으로 쓰는 글), 암클(암놈이 쓰는 글), 아해클(아이들의 글), 통시글(변소에 앉아 쉽게 배울 수 있는 글)이라 불리며 천대받아왔다. ‘한글’이라 이름지어 준 분은 20세기 초의 주시경 한글학자다. 주시경 선생은 나라의 말과 글을 도외시하면 날로 쇠퇴한다고 걱정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국민의 국어능력 향상과 국어 발전, 보전을 위하여 노력해야 할 책무를 지닌다. 한글날 시청 청사 앞을 지나치며 느낀 단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