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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수필공원- 30명의 대군과 감문국 이야기나라

김희섭 기자 입력 2024.10.23 19:29 수정 2024.10.23 07:29

ⓒ 김천신문
김영호 / 화양연화 대표 / 전 대구교육대학교대구부설초등학교 교장

“옛날 책에 의하면 감문국에서 30명의 대군을 이끌고…….”“30명이 어째서 대군입니까?”교감 선생님 표정이 울그락불그락해졌다. 이내 교탁에 놓인 엄지손가락보다 더 굵은 회초리를 들고 제일 뒤에 앉은 영호에게 달려오셨다.“이 ♡♡가 말이 많아.”동시에 영호의 등짝에 다섯 대를 힘껏 내리치셨다. 평생 가장 많고 아프게 기억되는 매이다.

2024년 9월 29일 일요일에 쪽파씨를 넣었다. 김가네 맛꼬방의 산실인 부모님이 밭 중간에 계신 곳이다. 가을 가뭄이 심했던 탓에 구월의 끝자락에 가까스로 마무리를 했다. 다시 화양연화 농장에 와서 남은 쪽파씨를 넣었다. 며칠 전에 멧돼지가 분탕질을 한 배추 이랑에는 얼갈이 배추씨를 넣고 스프링클러로 물을 주었다. 배드민턴 모임에 간 아내는 참석하지 못하고 오남매 중 넷이 함께 했다.
 
큰누나가 산 갈비탕으로 점심을 먹고 김천시 개령면 동부리 45에 자리한 감문국 이야기나라에 갔다. 삼국지 위지동이전에는 3세기 중엽 영남지방에 진한계 12국과 변한계 12국이 있었다고 한다. 그 중에 김천에 존재했던 변한국의 소국이 감문국이다. 덧붙이면 감문국은 김천시 개령면과 감문면 일대를 영역으로 하고, 김천시 개령면 동부리를 도읍으로 삼아 친 가야, 반 신라 정책을 고수했던 변한계 12소국 중 하나이다.

감문국 이야기나라 야외시설에는 금효왕릉 발국체험존, 물놀이장, 동부연당 등이 있다. 물놀이장 부근에는 화장실과 샤워장 시설까지 완비되어 있다. 그리고 큰 돌을 적당한 두께로 잘라서 비석 같은 형태로 만들어서 각각의 이야기를 기록해 두었다. 그 중에서 “당시 감문국의 규모는 삼국지위지동이전과 동사의 기록을 근거로 볼 때 6백 내지 7백 가구에 달하고 군사 30인을 대군(大軍)으로 표현할 정도의 국세를 보유한 소국이었을 것으로 보인다.”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바로 ‘30인을 대군으로’이다.
 
2015년에 폐교된 대신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1973년 10월의 어느 날이었다. 체육 업무를 담당했던 김명진 담임선생님이 김천으로 출장을 가셔서 교감 선생님이 대신 수업에 들어오신 날이다. 그날은 대신초등학교에 처음으로 초등학교용 정식 축구골대인 가로 5미터 세로 2미터의 철재물이 운동장 동서 양쪽에 세워진 날이기도 하다.
 
교감 선생님은 왜 그리 아무 설명도 없이 “이 ♡♡가 말이 많아.”라고 하시면서 영호의 등짝을 다섯 대나 때리셨을까? 그때 우리 대신초등학교의 6학년은 두 반으로 우리 반만 해도 50명이 넘었는데 30명을 대군이라고 하니 쉬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그때 교감 선생님이 당시의 시대 상황을 설명하고 30명도 대군이라고 할 만큼 인구가 적었다는 설명을 했더라면 쉽게 이해를 했겠지만, 지금까지 30명의 대군은 영호의 기억에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엄교감 선생님의 다섯 대의 회초리는 영호에게 전화위복의 사랑의 매이자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을 준 나침반 같은 것이었다. 어려서부터 말이 어눌하여 공부 시간에 발표라고는 하지 않았던 내가 그 때는 그런 용기 아니면 만용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선생님들과 생각을 나눌 때도 이 이야기는 늘 단골손님이었다. 다섯 대의 매는 다른 사람이 말을 하는 중에는 끼어들지 말고 말을 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해서 허락을 받아서 말을 하거나 상대방의 말이 끝난 다음에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 등으로 말하기에서 경청의 소재로 아주 절적한 것이었다.

‘감문국 30명의 대군’으로 검색을 하니 영남일보에는 다음과 같이 나온다. “옛 문헌에는 감문국의 규모와 영역을 짐작할 수 있는 기록이 나온다. 동사(東史)에는 아포가 반란을 일으키자 ‘삼십인’의 대군으로 밤에 감천을 건너려 했으나 물이 불어나 되돌아왔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30인을 대군이라 표현한 것으로 미뤄봤을 때, 감문국의 규모는 600~700가구(인구 4천여 명) 정도였을 것으로 보인다.”
 
3층 건물인 감문역사문화전시관은 들어가는 입구 왼쪽에 작은 자갈을 깐 바닥에 깨끗한 물이 흘러서 시원해 보인다. 1층 입구 왼쪽에 물품보관소가 있고 문을 들어가면 왼쪽에 무인 매표소가 있다. 카드로만 결제가 가능한데 개인은 1,000원 이하이고 단체는 700원 이하이다. 김천시민은 할인 혜택이 있다. 초등학교 미취학 어린이 65세 이상 경로우대자, 국가 유공가, 장애인 등은 무료이다. 1층은 체험실 등이다. 2층은 감문국 이야기 체험관, 어린이 북카페 등이다. 3층은 김천 감문면 출신의 진창현의 바이올린존과 기획전시실, 수유실 등이 있다.
 
넷이서 편하게 시설을 둘러보고 정자에 앉았다. 일요일인데도 방문객은 그리 많지 않다. 3대가 함께 온 가족은 어린아이가 떼를 쓰는 바람에 자리를 접고 집으로 향한다. 그러자 또 다른 아이와 부모가 물놀이 정자에 자리를 잡는다. 감문국 이야기나라는 학생들의 현장체험학습장으로는 안팎이 조화가 잘 된다는 느낌이다. 층마다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다. 특히 화장실은 최근에 다녀 본 공공시설 중에서 최고 수준이다. 창과 벽은 대부분 투명 유리로 되어 있어 고즈넉한 가을의 개령과 감천(甘泉)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언제 좋은 사람들과 한나절이나 하루를 보내도 좋을 우리 김천의 이야기인 감문국 이야기나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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