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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수필공원 - 간절함과 희망

김희섭 기자 입력 2025.03.12 10:09 수정 2025.03.13 10:09

(전) 대구교육대학교대구부설초등학교 교장 김영호

간절함에 대한 공통점이 있었다. 두 선생님의 눈에서 간절함을 보았다. 2021년 대구광역시교육청 초등수업발표대회 국어과 심사 때였다. 그렇게 그 간절함은 희망이 되었다. 수업발표대회에 여덟 번째 도전했던 선생님은 그해 일등급에 입상했고, 그에 못지않게 여러 번 도전했던 선생님은 이듬해에 1등급에 입상을 했다. 이제 더 많은 이들에게 간절함을 나누기를 부탁했다. 간절한 눈빛을 가진 이를 찾아 그 간절함이 희망이라는 결실을 맺도록 도와주길 소망한다. 간절해 본 사람은 간절함이 얼마나 희망고문인지를 잘 안다. 그런 희망고문 없는 삶이 어디 있겠는가? 이런 희망고문을 고진감래로 바꾸는 게 인생인 것을. 

좋은 사람 착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영호는 기본적으로 착하고 좋은 사람 착한 사람이라고 했다. 두 선생님도 동의를 하셨다. 하지만 누구도 나를 만만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이 또한 그렇다고 맞장구를 치셨다. 좋은 사람 착한 사람은 좋은 사람 착한 사람 콤플렉스가 있다는 말을 했다. 한 선생님이 구체적인 예를 들어주셨다. 그렇다. 세상을 좋은 사람 착한 사람으로 살아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만 살만 만만하게 보고 이용하려 하고 약간은 무시를 하는 이들도 있다. 그래서 나만의 청체성도 필요한 것 같다. 한 선생님이 가지고 온 책 내용에 공감이 간다.

“사람들이 나에 대해 하는 말에/너무 귀 기울이지 마./어떤 사람은 나를 동그라미로 보고/누구는 네모로 본들 신경 쓰지 마./굳이 나서서 그 사람이 원하는 모습을 보이려고/노력할 이유가 없어.//나를 어떻게 보든 난 나일 뿐이고/모든 사람에게 완벽하게 좋은 사람일 수 없어./사람의 관계는 언제나 상대적일 뿐이야./나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만/좋은 사람이면 돼.(김재식의 시 좋은 사람에게만 좋은 사람이면 돼)”

세 사람은 국어수업에 진심이다. 영호는 이제 퇴직했으니 현장감은 떨어져도 수업을 객관적인 눈으로 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언제 어디서나 기초와 기본을 강조했었다. 한 시간의 수업에서 방법 이전에 국어라는 교과에 충실하자는 말이다. 그러자면 국어수업에 대한 탄탄한 이론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수업은 그 이론을 바탕으로 수업이라는 실전을 치르는 것이다. 이런 것이 수없이 반복될 때 또 다른 국어수업이론이 탄생하지 않겠는가? 우리 초등학교 현장에서 이런 실천적인 수업이론이 넘쳐나길 소망한다.

2025년 삼일절에 대구에서 두 선생님을 만났다. 세 사람이 같이 만나는 것은 처음이다. 영호와 두 선생님은 2021년에 처음 만났다. 두 선생님끼리는 그 후에 국어수업 때문에 만났다고 한다. 복이 터진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인근에서 차를 마셨다. 4시간 가까이 조복(造福), 간절함, 국어수업, 어른, 좋은 사람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음에 만날 약속은 하지 않았다. 선생님들은 책, 벌꿀, 필기도구를 선물로 준비해 오셨다. 영호는 화양연화 농장의 땅에 묻어 놓았던 김치를 8리터 김치통 2개에 담아갔다. 그냥 갔으면 손이 부끄러울 뻔했다. 그날 밤에 만남을 정리해서 연락을 드리니 다음날에 답장이 왔다.
 
“눈 오는 아침 굿모닝하시지요 교장 선생님. 교장 선생님께서 보내주신 글을 읽고 읽으며 저도 펜을 몇 번을 들었다 놓았다 하다가 오늘 아침에서야 다시 몇 글자 적어보았습니다. 교장 선생님 덕분에 진짜 글쓰기가 조금씩 시작되는 것 같아요. 교장 선생님 글에 감히 비할 바는 아니지만 저도 답글로 보내드려 보아요.

간절함을 알아봐준 키다리 교장 선생님. 수업대회를 오래 준비한 장수생이 되면서 수업에 대한 간절함인지, 등급에 대한 간절함인지 헷갈리는 시기가 왔을 때, 교장선생님께서 멘토가 되어주셨던 것 같아요. 화려한 스킬이 중요한 게 아니라 수업에 대한 기본 마음가짐부터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늦은 밤 혼자 교실에 있을 때 걸려오는 응원의 전화, 명절 때 보내주셨던 메시지로 제가 더 힘을 내었던 것 같아요. 간절함을 알아봐주시고 응원해주셨던 교장 선생님처럼 저도 그 간절함을 알아보고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어보겠습니다.

좋은 어른, 착한 어른, 지혜로움으로 단단함을 함께 가지고 계신 어른 교장 선생님. 교장 선생님과 이야기 나누면서 세상 것을 쫓아가지도 않고, 세상 것에 흔들리지도 않는 교장 선생님만의 지혜가 듬뿍 담긴 단단함을 가지고 계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교장 선생님의 모습을 뵈면서 저도 좋은 어른이 되고 싶고, 좋은 어른의 모습을 닮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감히 해보게 됩니다.

수업에 진심 국어 수업에도 진심, 신발에도 진심인 교장 선생님. 교대부초에서 교장 선생님을 만났던 날, 교장 선생님이신데도 아직도 교실에서 수업을 하신다는 말씀에 깜짝 놀랐던 것 같아요. 이번에도 교장 선생님과 이야기 나누면서 수업을 잘하는 교사와 일을 잘하는 교사 사이에서 흔들릴 뻔 하고 있던 와중에 다시 마음을 다잡는 시간이었습니다. 이야기 중에 눈에 들어왔던 교장 선생님의 빨간색 나이키 에어조던 운동화. 신발에 눈이 가서 내 얼굴에는 눈이 덜 가면 좋겠다는 교장 선생님이셨지만, 교장 선생님의 의도와 다르게 패셔니스타로 보였답니다.

김치가 오기까지 교장 선생님. 큰 키에 운동화를 신고 수업 심사를 와주셨던 날을 아직 생생하게 기억나는 것 같아요. 열심히는 하지만 무엇 때문에 열심히 하고 있는 건지 고민할 때 종일 귀한 시간을 내어 조언해 주셨고요. 언제나 큰 산이 되어주시며 힘내라고 응원해주셨던 것 같아요. 퇴임식이 가고 싶었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가지 못해 죄송한 마음 가득이었는데, 새해에 교장 선생님께서 ‘조복(造福)’이란 덕담으로 인사 전해주셔서 너무 반가웠었어요. 그래서 감히 용기를 내어 이번엔 꼭 맛난 음식 대접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어요. 아껴두었던 필기도구를 다시 꺼내고, 누구와 무엇을 어디서 어떻게 할지 귀한 만남의 시간을 준비했었던 것 같아요.

인터넷과 스마트폰 하나면 모든 게 해결되는 편리해진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시간을 내고, 마음을 내어주는 일이라고 하더라고요. 시간을 내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인데, 교장 선생님께서는 오늘도 따스한 마음까지 내어주셨더라고요. 온 식구가 함께 정성을 쏟았을 김장 김치. 땅에 묻어놓았던 김치를 만나기 전날 꺼내고, 김치를 담을 통과 비닐을 사서 고이 담고, 다시 아이스박스에 잘 담고. 그렇게 교장 선생님의 시간을 내고 마음을 내어 정성이 듬뿍 담긴 맛난 김치가 지금은 저희집 식사에 한 접시씩 올라오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간절함은 핑계를 만들지 않는다.”고 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권운동가이자 1994년 제8대 대통령에 당선된 넬슨 만델라는 “간절함은 영혼을 흔들고 불가능을 뛰어넘게 하는 가장 큰 힘이다.”라고 했다. 빌게이츠는 “간절함이야말로 길을 찾는 가장 확실한 나침반이다.”라고 했다. 플라톤은 “간절함은 성공의 어머니이다.”라고도 했다. 모처럼 만난 두 선생님의 간절함이 많은 이들에게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민들레 홀씨처럼 확산되길 소망한다. 세상의 많은 이들이 간절함으로 자신의 희망을 찾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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