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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종합 종합일반

여성수필

김천신문사 기자 입력 2004.04.30 00:00 수정 0000.00.00 00:00

어른들의 사라진 나라

아들 둘을 키우며 늘 생각하는 고민이 ‘이 아이들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가 아닌 ‘이 아이들에게 어떤 엄마가 되어야 애들이 행복 할까?’로 바뀔수 있었던 건 큰 아이 첫 돌 무렵부터 꾸준히 해 온 어린이 책을 읽는 모임을 통해 늘 어린이 책을 읽고 생각해 온 덕분인것 같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자라서 훌륭한(?)사람이 되기 보다는 자기를 사랑하는 행복한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신문을 보니 어떤 사람이 공부를 위해 TV는 치워야 한다고 해서 치워보려고 했으나 나 어렸을 때 TV보며 즐거웠던 일을 생각하면 차마 치울수 없었다. TV를 치우는 폭력 대신 TV주위로 책장을 두어 책도 같이 보게 했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은 TV도 좋아하지만 책과도 같이 놀고 먹고 자고 한다. 언젠간 TV보다 책이 더 재미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느낄 수 있을 때까지 그저 나는 아이들이 행복하게 지내도록 지켜보고 싶다.
우리에게 ‘삐삐 롱 스타킹’의 저자로 잘 알려진 스웨덴의 여류 문학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그의 작품 ‘사라진 나라’에서 어린 시절을 어른이 된 누구에게나 사라진 나라, 사라진 세계일 수 밖에 없다고 얘기하고 있다. 그때를 회상해 보면 그 반짝이는 보석같은 날로 누구나 돌아가고 싶어질 것이다. 사라졌지만 영원히 기억될 아름다운 그 시절을 우리 아이들은 지금 어떻게 보내고 있나 돌아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불과 20~30년전인 우리 어릴 때와는 다르게 종일 거의 흙 한 번 밟지 않고 하루를 보내는 우리 아이들이 보는 세상은 분명 많이 다른 것 같다. 너무나 단조로운 날의 연속이 지겨워 스스로 목숨을 끓는 아이들의 소식이 심심찮게 들려오는 일이 비단 그 아이들의 나약한 심성의 탓이라고 돌리기엔 어른인 나 스스로 고개 숙이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
단조로운 환경과 어른 못지 않게 바쁜 일상 속에 사는 아이들은 여행이나 경험을 직접적인 체험으로 하는 건 분명 한계가 있다. 그런 이유에서 좋은 언어와 그림으로 되어 있고 아이들의 눈 높이에 맞는 좋은 책 읽기는 아이들에게 이런 무한한 모험의 경험을 간접적으로나마 가능하게 해 주는 좋은 체험이 된다고 생각한다. 어른의 눈으로 보면 단순하고 어찌 보면 유치하기도 한 어린이 책이 어린이의 삶 뿐만 아니라 나아가 그 아이들이 자라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키게 될지를 늘 생각하며 부모가 먼저 읽어본 후에 신중하게 골라 주어야 할 것이다.
요즘 쏟아져 나오는 고증도 제대로 거치지 않은 학습 만화들과 폭력이 대수롭지 않게 등장하는 책들 모두 아이들의 마음을 병들게 한다. 특히 부모와 함께 읽는 책 읽기는 부모와 자식간의 대화 단절의 문제에도 좋은 해결책을 준다. 책 만큼 아이와 부모가 같은 눈높이로 같은 감동을 느낄 수 있게 하는 무언가가 또 있을까?
다행스럽게도 최근 책읽기의 중요성이 새롭게 인식되어지는 가운데 어린이 책에 대한 걱정스러운 목소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책 읽기를 권장하는 수단의 하나로 시험을 치루고 점수로 평가하는 문제는 생각해 볼 문제이다. 책읽기는 오직 즐거움이어야 한다. 점수를 위해 읽는 책 읽기는 오히려 책이 아이들에게 주는 가장 중요한 선물인 감동과 즐거움을 읽지 못하게 할 것이다. 우리 모두가 바라는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무엇보다도 책의 중요성을 강조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글을 인용하며 글을 맺는다.“여러분은 훗날 이 세상에서 아이가 어디에 있든 행복하기를 바라고 있을 것입니다. 아이의 행복 또는 불행을 위해 여러분은 그다지 많은 것을 해 줄수는 없습니다. 한 가지 해 줄수 있는 것이 있다면 아이가 슬플 때 어디에서 위로 받을 수 있는지, 삶이 회색으로 보일 때 어디서 기쁨과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것입니다. 게다가 여러분은 절대 실망시키지 않는 친구를 선물할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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