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출신으로 서울에서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 김연수씨가 아주 독특한 형식의 책 ‘청춘의 문장들’을 출간했다.
“내가 사랑한 시절들, 내가 사랑한 사람들, 내 안에서 잠시 머물다 사라진 것들, 지금 네게서 빠져 있는 것들.... 이 책에 나는 그 일들을 적어놓았다”는 서문으로 시작된‘한 편의 시와 몇 줄의 문장으로 쓴 서문’이 그것.
제목의 책머리의 글만 보아도 알 수 있듯 ‘청춘의 문장들’은 작가의 젊은 날을 사로잡은 한 문장을 찾아서 이와 결부되는 추억담을 엮어놓은 책이다.
“옛날 어떤 사람이 꿈에 미인을 봤다. 너무도 고운 여인이었으나 얼굴을 반쪽만 드러내어 그 전체를 볼 수 없었다. 반쪽에 대한 그리움이 쌓여 병이 됐다. 누군가가 그에게 ‘보지 못한 반쪽은 이미 본 반쪽과 똑같다’고 깨우쳐 주었다. 그 사람은 바로 울결이 풀렸다. (이용휴 ‘제반풍록(題半楓錄) 중에서) *원문 생략
제 나는 서른다섯 살이 됐다. 앞으로 살 인생은 이미 산 인생과 똑같은 것일까? 깊은 밤, 가끔 누워서 창문으로 스며드는 불빛을 바라보노라면 모든 게 불분명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내가 살아온 절반의 인생도 흐릿해질 때가 많다. 하물며 살아갈 인생이란.”‘청춘의 문장들’ 맨 앞에 나오는 글이다.
책엔 이런 형식의 글(분량은 각각 다름) 32편이 수록돼있다. 대부분 김천을 중심으로 한 추억담이기 때문에 김천독자들이 읽기에 더욱 흥미가 있다.
머리에서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데미안’과 ‘파우스트’와 ‘설국을 읽었고 밤새 1천80배를 했으며 매일 해질 무렵이면 열 바퀴씩 운동장을 돌았고 매순간 의미 있게 살지 않는다면 그 즉시 자살한다는 내용의 ’조건부자살동의서‘라는 것을 작성해 책가방 속에 넣고 다녔다”고 고백하고 있는 작가 김연수씨는 1970년 김천역 앞에 있는 한 빵집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평생 사서 먹을 빵보다 더 많은 빵을 그냥 집어먹으면서 자랐다”는 작가는 빵은 둥글고 부드럽고 누르면 어느 정도 들어가는데 그런 점에서 자신의 본성은 빵의 영향을 받았다고 회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