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서 벌레가 나왔다
문득 손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통통이 귀여운 우리 할머니
밤벌레를 닮았다나
지난 여름 더위를 피해 등나무 그늘에 앉아있으려니
손자가 친구 둘을 데리고 와서
머리를 맞대고 땅에 무언가를 그리면서
한 녀석이 힐끗 나를 쳐다보더니
“야, 너네 할머니 뚱뚱하다”
말을 건넨다
듣고 있던 손자 벌떡 일어나면서
“아니야, 우리 할머니는 통통이 귀여운 할머니야”
소리를 크게 지르고는
또 한 친구에게 그렇지 않느냐고 동의를 구한다
그 친구 나를 한 번 쳐다보더니
그렇다고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묘한 표정을 짓는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통통이 할머니면 어떻고 뚱뚱이 할머니면 어떠랴
밤벌레를 보다가
그리운 손자를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