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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문화·음악 행사

김성현씨, 중앙신인문학상 시조부문 당선

권숙월 기자 입력 2010.12.23 09:52 수정 2010.12.23 09:57

중앙시조백일장 연말장원으로 문단 데뷔

오래된 LP판이 하나씩 읽고 있는
스산한 풍경 위로 바람이 불어간다
노래가 다 그런 것처럼 스타카토 눈빛으로

산까치 몇 마리가 앉았다가 떠나버린
잎 다진 가로수들 우듬지 그 사이로
흰 구름 붉은 마음은 서쪽으로 흐르고

음역(音域)의 강을 건넌 짧아진 하루해를
빠르게 궁굴리며 다시 불어온 바람
아무리 되짚어 봐도 길은 너무 아득하다

누구나 한두 번쯤 절망 끝에 섰겠지만
지워진 음표만큼 눈은 더욱 깊어져서
LP판 둥근 세상으로 봄날은 또 오겠지

ⓒ (주)김천신문사
김성현(51세·사진)씨가 중앙시조백일장 연말장원을 차지했다. 시조 등용문인 중앙신인문학상 시조부문 당선으로 문단 데뷔를 한 것. 당선 시조는 ‘겨울, 바람의 칸타타’.정수자 오종문 이종문 강현덕 시조시인은 심사평을 통해 ‘자연스러운 시상, 긍정의 사유 빛나’ 제목의 심사평을 통해 “자신의 절실한 뜻을 자신만의 목소리로 잘 표현한 작품”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당선작에서는 사물을 통해서 새로움을 읽을 줄 아는 역량을 발견할 수 있었다. 거기다가 단순 서정에서 한 발짝 전진해 인생의 의미를 찾아낸 점은 질량감을 느끼게도 했다. 오래된 LP판을 통해 사념을 독특한 질서로 정리한 점도 그렇지만 그것을 음을 읽듯 깊은 사유로 확장시키는 힘은 세심한 관찰과 일상의 성찰이 가져온 소산으로 보였다. 특히 아무리 칼바람이 불어도, ‘되짚어’ 보는 ‘길’이 ‘아득’해도, ‘둥근’ 이 ‘세상으로 봄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 긍정의 사유는 힘든 세상 사람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진술과 묘사의 적절한 활용, 자연스러운 시상도 눈길을 끌었지만, 이렇듯 시의 사회적 기능에 그 역할을 다 하고 있어 한층 믿음이 갔다. 이제 시조 세계에 한 점을 더하기를 바라며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고 높이 평가한 것이다.

김천 출신으로 김천고를 거쳐 계명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시조공부를 해온 김성현 시인은 당선소감을 통해 “앞으로 보다 완성된 작품을 쓰라는 격려라 생각하며, 시조의 과학화와 세계화를 위해 주춧돌 하나를 놓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어디를 스치느냐에 따라 바람의 지문은 달라집니다. 초원에서 부는 바람, 숲을 지나는 바람, 빌딩을 휘감는 바람은 저마다의 소리가 있습니다. 언어 또한 그러합니다. 소설가 최명희는 ‘언어는 정신적 지문’이라고 했습니다. 저 멋있는 말을 나보다 먼저 한 최명희 작가를 질투하며 3장 6구 그 아름다운 시조의 틀 속에 생각의 지문을 하나씩 찍었습니다. 한 줄을 퇴고하기 위해서 며칠을 고민하고, 한 자를 탈고하기 위해 자다가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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