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산골짝에서 시를 공부하는 세 주부가 계간 ‘대한문학세계’ 신인문학상 당선으로 문단 등단을 했다.
백현숙씨와 서숙경씨가 10월 수상자로, 이선화씨가 11월 수상자로 선정돼 ‘대한문학세계’ 겨울호에 작품을 발표해 시인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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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김천신문사 |
백현숙씨의 시는 ‘사랑’, ‘겨울 풍경’, ‘낡은 상’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이따금 나는/네 가난한 미학의 눈빛과 만난다.//입술을 오물거리며/도시에 세워둔 추억 반쯤 불러들일 때/아픈 흥분으로 출렁거리며/이미 다친 하얀 빈곤에/우리 한 몸 맞댈 수밖에 없었지.//흔들리는 과거 그 내부로/촉수를 높이며/위독한 듯 잠입하는 그대 용기 없어 아득한 깊이로 감추었는데/흑백의 세월 슬픈 줄기에 붙어/머뭇 솟아나는 아린 숨결은/오늘도 경계의 선상에서/연분홍 우연 꿈꾸고 있는 건 아닐까.
신인문학상 당선작 ‘사랑’ 전문이다.
김락호, 최상근 시인은 ‘심사평’을 통해 “백현숙의 시는 탁월한 감수성으로 질서를 벗어나지 않고 단편의 과거를 어루만져 허락된 깊이만큼만 언어를 빚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작은 예지가 돋보이는 시”라는 평을 했다.
백현숙 시인은 ‘당선소감’을 통해 “제 것이 아닌 것을 가지게 되는 것 같아 참 많이 부끄럽지만 그래도 까만 하늘, 점점이 빛나는 꿈을 쫓아 무조건 달려온 오늘 신인문학상 당선 소식으로 인해 형언할 수 없는 흥분으로 가슴이 일렁거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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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숙경씨의 시는 ‘가난한 날에’, ‘그리움’, ‘겨울의 마지막 꽃’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말없이 사는 그네들 웃음소리 듣고/돌아오는 길/어둠 닿을 거리에 있는/‘다레헌’ 전통찻집이 나를 유혹한다.//순간, 환영 닮은 그 손짓에 빠져/낮은 음표로 입수해보지만 시골아낙 맘 주머니 사정이란/역시 그렇고 그런 것//어느새 엉켰던 빛 하나/농담처럼 사그라지고/긴 능선 후미진 산골로/오래된 이야기가/오소롱이 아이들 발꿈치 따라 흐를 때/황토무늬의 낯 몇/불현듯 깨어나 찻잔을 든다.
신인문학상 당선작 ‘가난한 날에’ 일부분이다.
김락호, 최상근 시인은 ‘심사평’을 통해 “서숙경의 시는 내밀한 언어의 온화를 구가하는 시적감각을 통해 확보된 서정적 전위성에 심화된 의식을 풀어놓고 있으며 생의 곡진한 체험들로 엮인 언어 체계에 서정을 타진하고 있다”는 평을 했다.
서숙경 시인은 ‘당선소감’을 통해 “게으름으로 인해 불씨 아직 피우지 못했는데 활활 타오를 수 있도록 해준 심사위원께 감사드리며 가슴 가득 다가오는 부담감이지만 이 작은 문학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보다 진실된 글들만 골라 올올이 세상 속에 스미도록 하겠다”는 각오를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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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화씨의 시는 ‘씁쓸한 날에’, ‘비보를 접하며’, ‘순결한 하루’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쏟아지는 햇살이 스스로를 짓이기던 어느 가을/잠시 한통속이 된 90%의 지랄과/10%의 정과로 이루어진 중년 여자의 풍경이/스스럼없이 내 동공에 밀려와 박힌다./미세한 힘에 부대끼던/고요마저 뿌리째 뽑혀 나가고/지금, 여자가 서 있던 뒤란엔/계약기간이 끝난 세월만 와르르 무너져/비릿하게 부역의 꽃을 피운다./결국 믿음이란 게/시간을 전세 낸 표백의 무늬일 줄이야/제 스스로 그려온 기억 사이에서/쓴 이야기만 얼룩으로 남아 가슴을 난도질한다.
신인문학상 당선작 ‘씁쓸한 날에’ 전문이다.
김락호, 최상근 시인은 ‘심사평’을 통해 “이선화의 시는 허황된 시어, 관념적 용어 따위는 배제하고 체험에서 발견한 일상의 모습 속에 구체적 근거를 그려내고 있으며 밑바탕에 탄탄한 균형미와 긴장과 질서가 온축돼 있다”는 평을 했다.
이선화 시인은 ‘당선소감’을 통해 “문학이 무엇인지 시가 무엇인지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지난해 대한문인협회가 주관하는 창작문예대학에서 심화과정까지 마쳤는바 이제 겨우 시라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했는데 선뜻 정상의 반열에 올려놓아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다”고 기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