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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운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고 있는 박균호씨가 절판된 책에 바치는 헌사 ‘오래된 새 책’을 발간했다. 헌책방에서만 구할 수 있는 절판본과 희귀본만을 수집해 새 책으로 다시 태어나게 한 것.
박균호의‘오래된 새 책’에는 책에 적혀 있는 메모뿐만 아니라 저자의 서명까지도 흠으로 여기던 새 책 주의자가 헌책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전 주인의 흔적마저 사랑하게 된 사연을 모았다. 단순히 오래되고 귀한 책을 힘들게 구하는 과정뿐 아니라 그 책에 대한 추억과 감상까지 보는 재미가 있다. 구하고 싶지만 구할 수 없는 책들이 독자들의 요청으로 재출간되는 사례를 통해 베스트셀러 위주의 출판 현실에서 좋은 책들이 금방 절판이 되고 사라져가는 현실을 뛰어넘는 쾌감을 준다. 한 권 한 권 책을 모으게 된 사연과 그 책에 대한 감상을 읽다 보면 재활용쓰레기로 버려지던 집 안의 애물단지에서 소중한 보물이 된 헌책의 놀라운 변신을 만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박균호는 이렇듯 책을 모으는 일이 그다지 돈이 많이 드는 취미도 아닐 뿐만 아니라 절판이 쉽게 되는 우리의 출판계의 현실 속에서 읽고 싶은 책을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임을 강변한다. 게다가 지금 당장은 별 관심이 없었던 책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재밌어지는 경우도 있고 같은 책도 다시 읽을 때마다 느낌이 다르니 책을 귀하게 보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집안에 있는 책장에 가득한 책을 바라보며 뿌듯한 기분을 느꼈던 사람들은 공감하고 그런 기분을 느끼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흥미로운 책 수집 이야기가 여기에 있다.
너무나 갖고 싶은 책이 절판돼 구할 수 없다면? 아마 헌책방부터 찾아보기 시작할 것이다.
그래도 구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출판사에 재고가 없는지 전화를 걸어보기도 하고 재출간을 요구하며 그래도 안 된다면 자신에게 판권을 팔라는 결투 신청을 할 수도 있다. 잘 아는 헌책방 주인에게 사정을 해보기도 하고 얼마가 되어도 좋으니 자신에게 팔라고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방법까지 쓰게 된다. 이렇듯 책을 구하는 것은 고사하고 책을 구했다는 글 한 줄만 봐도 가슴이 설레는 책들을 구하게 된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서점에 단 하루도 두지 못하고 전량 회수된 ‘살구꽃 봉오리를 보니 눈물이 납니다’, 그림 자료를 따로 인쇄해서 수작업으로 오려 붙인 ‘이탈리아 르네상스 미술가전’, 20세기 상업용 책 중 가장 큰 ‘스팩트라’ 등 다양하고 진귀한 책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책을 구하는 과정에서 겪은 고난과 귀한 인연과의 만남, 책을 구했을 때의 희열을 읽다 보면 독자들도 헌책을 구하는 묘미를 맛보게 될 것이다.
“나는 마음만 있다면 좋은 책을 누구나 알게 되고 또 언제든 구해서 읽을 수 있는 독서 환경을 꿈꾸면서 이 책을 썼다. 이 책에 언급된 어떤 책들은 다시 출간이 돼 ‘오래된 새 책’이 됐지만 아직도 많은 책들이 ‘오래되고, 구할 수 없는’ 책으로 남아 있다. 나는 오래되고 구할 수 없는 책들 모두가 ‘오래된 새 책’으로 다시 태어나길 바란다.”
이와 같이 책을 낸 배경을 밝힌 박균호의 ‘오래된 새 책’은 34편의 헌책에 대한 이야기를 △내 생애 잊지 못할 그 책 △오래된 서가를 뒤지다 △그분의 삶은 향기로웠습니다 △글맛기행 △금서라는 훈장 △책 사냥 일지 등 6부로 나눠 편집했다.
‘오래된 새 책’의 저자 박균호는 상주에서 태어나 영남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후 영남대 대학원에서 영어교육학을 전공,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김천에 주소를 두고 교직생활을 하고 있다.
공저로는 ‘참 잘했어요’, ‘아버지를 팔아 산 핸드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