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시집 표지 |
ⓒ i김천신문 |
전통 서정시의 계보를 잇는 대표적인 서정시인으로 문단 안팎의 화려한 조명을 받고 있는 문태준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 ‘먼 곳’이 발간됐다.
토속적 정서에 밀착된 뛰어난 언어감각과 특이한 시풍으로 서정시학의 아름다움을 선사한 문태준 시인이 4년 만에 발간한 이번 시집에서 이전의 시세계와는 색다른 면모와 한걸음 더 진화된 성숙한 모습을 보여준다.
체로 거른 듯 더욱 정갈해진 시어와 티 없이 맑고 선명한 이미지에 불교적 사유의 깊이가 도드라진 감성적인 시편들이 눈길을 끈다. 사물을 바라보는 세밀한 관찰력, 느림의 삶에 대한 겸허한 성찰, 인생의 무상함을 관조하는 고요한 마음이 낮고 차분한 목소리에 실려 깊은 울림을 자아낸다.
늙은 어머니가/ 마루에 서서/ 밥 먹자, 하신다/ 오늘은 그 말씀의 넓고 평평한 잎사귀를 푸른 벌레처럼 다 기어가고 싶다/ 막 푼 뜨거운 밥에서 피어오르는 긴 김 같은 말씀/ 원뢰(遠雷) 같은 부름/ 나는 기도를 올렸다,/ 모든 부름을 잃고 잊어도/ 이 하나는 저녁에 남겨달라고/ 옛 성 같은 어머니가/ 내딛는 소리로/ 밥 먹자, 하신다
문태준 시집 ‘먼 곳’은 ‘빈집’, ‘버드나무에 가려서’, ‘불만 때다 왔다’ 등 63편의 시가 3부로 나눠 편집됐는데 이 가운데 뒤쪽에 수록된 ‘어떤 부름’ 전문이다.
김인환 문학평론가는 ‘시련과 교감’ 제목의 해설을 통해 “문태준 시인은 형식의 질서를 중요하게 여기는 시인”이라고 소개하고 “의미와 음악이 조심스럽게 서로 상대방을 존중하며 공존하는 그의 시에는 불협화음이 거의 없고 과격한 비유가 보이지 않고 평범한 한국어도 그의 손이 닿으면 신선한 모국어가 된다”고 높이 평가했다.
“생활은 눈보라처럼 격렬하게 내게 불어 닥쳤으나 시의 악흥(樂興)을 빌려 그나마 숨통을 열어온 게 아닌가 싶다. 그 빚의 일부를 갚고 싶다. 새로운 시집을 내니 난(蘭)에 새 촉이 난 듯하다. 바야흐로 새싹이 돋아나오는 때이다. 움트는 언어여. 오늘 나의 영혼이 간절히 생각하는 먼 곳이여.”
문태준 시인이 쓴 ‘시인의 말’ 일부분이다.
| |
|
↑↑ 문태준 시인 |
ⓒ i김천신문 |
봉산면 태평리에서 태어나 김천고, 고려대 국문과, 동국대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국문학박사)한 문태준 시인은 1994년 ‘문예중앙’을 통해 등단했으며 그동안 ‘수런거리는 뒤란’, ‘맨발’, ‘가재미’, ‘그늘의 발달’ 등의 시집을 발간했다. 수상경력으로는 동서문학상, 노작문학상, 유심작품상, 미당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