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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김천신문 |
김천 출신 김중혁의 소설집‘1F/B1(일층, 지하 일층)’이 (주)문학동네를 통해 발간됐다. 2000년 ‘문학과사회’에 중편소설 ‘펭귄뉴스’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중혁이 ‘C1+y=:[8]:’, ‘냇가로 나와’, ‘바질’, ‘3개의 식탁, 3개의 담배’, ‘유리의 도시’, ‘크라샤’ 등 2009~2011년에 쓴 단편소설 8편을 모은 책을 발간한 것.
“첫 번째 소설집 ‘펭귄 뉴스’에서는 사물 수집에 관한 이야기를, 두 번째 ‘악기들의 도서관’에서는 음악과 소리에 대한 이야기를 모았다면 이번 세 번째 소설집에는 도시와 사람의 이야기를 모았다”고 밝힌 김중혁. 그는 “‘1F/B1’의 슬래시(/)가 도시와 도시 사이의 틈 같았고 그 도시의 틈에 사람들이 살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김중혁에게 도시는 매력적인 소재다. 도시에 대한 각자의 이미지가 있는데 작은 단서를 던져주면 독자들은 도시에 대한 이미지와 상징을 덧칠하고 더 풍성하게 제멋대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첨단의 기기들로 이뤄진 미래도시가 아니다. 허구와 실재 사이, 벽과 벽 사이, 사라진 골목과 무너진 폐허의 사이, 마술과 환각의 사이에 존재하는 기억과 경험이 새겨진 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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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김천신문 |
그곳에서 작가는 자신만의 도시를 발견하고 발명한다. 도시계획 따위론 만들 수 없는 숨은 골목들과 예상치 못한 빈터가 나타나는 곳(‘c1+y = :[8]:’)이고 이야기와 전설이 만들어지는 냇가가 있는 곳(‘냇가로 나와’)이며 도심 속 주택의 좁은 벽울 돌아나가면 괴식물들이 덩굴을 이루고 자라고 있는 곳(‘바질’)이다.
그곳은 또한 모든 ‘사이’에 존재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 ‘사이’는 0과 1로 깜빡거리며 단절·분절되는 디지털의 세계에는 있을 수 없는 틈이며 연속적인 파장의 일부, 한 과정이다.
“비밀관리실은 숫자로는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었다. 일층과 지하 일층 사이의 어떤 곳이었고, 슬래시(/)처럼 아무도 존재를 눈치 채지 못하는 아주 얇은 공간이었다.”(‘1F/B1’)
“내 소설에서 뭔가 의미를 찾으려고 하지 말고, 그런 일들이 있었네 하고 무심하게 읽어주길 바란다”고 작가는 말한다.
잡지사 기자, DJ 등을 거쳐 3~4년 전부터 전업작가의 길에 들어선 김중혁은 지금도 그림을 그리고 라디오 PD도 하고 팔방미인처럼 살아간다.
김중혁은 소설집 외 장편소설 ‘좀비들’, ‘미스터 모노레일’, 산문집 ‘대책없이 해피엔딩’(공저), ‘뭐라도 되겠지’ 등을 발간했으며 김유정문학상,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