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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문화·음악 예술

<새로 나온 책> 정영숙 여섯 번째 시집 ‘황금 서랍 읽는 법’

권숙월 기자 입력 2012.09.09 08:07 수정 2012.09.10 05:59

‘물속의 책’ ‘바다로 만든 방’ ‘햇빛葬’ 등 65편 수록

ⓒ i김천신문
김천여고 출신으로 현재 서울에서 주목받는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정영숙의 여섯 번째 시집 ‘황금 서랍 읽는 법’이 문학세계 현대시선집 194로 발간됐다.

1993년 시집 ‘숲은 그대를 부르리’로 작품 활동을 시작해 ‘하늘새’, ‘옹딘느의 집’, ‘물속의 사원’, ‘지상의 한 잎 사랑’에 이은 ‘황금 서랍 읽는 법’에는 ‘물속의 책’, ‘히어링’, ‘바다로 만든 방’, ‘햇빛葬’ 등 65편의 시가 4부로 나눠져 있다.

제5 빙하기의 화석에 새겨질 내 생애/ 내가 아닌 누군가가 읽을지도 모르는/ 허망한 생의 비의를 찾기 위해/ 지금 나는 찬 겨울 바닷가에 앉아 모래문자를 적고 있다
시집 제일 앞에 수록한 ‘내 것이 아닌 당신의 문자들’ 마지막 연이다.

김천 출신 이승하 시인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존재하는 법’ 제목의 해설을 통해 이 작품은 “시인 스스로 왜 시를 쓰고 있는지 밝힌 부분”이라고 했다.
또한 “이 화려한 영상매체의 시대에 시집이 전국 방방곡곡의 도서관에 비치된다고 한들 누가 읽어줄 것이며 언제까지 꽂혀있을 것인가. 생각하면 허망한 노릇이지만 시인은 제5 빙하기의 화석에 내 생애가 새겨질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또 한 편의 시를 쓰지 않을 수 없다”고 풀이했다.

ⓒ i김천신문
시집 ‘황금 서랍 읽는 법’ 맨 뒤에는 ‘햇빛葬’을 수록해 독자의 가슴에 오래 찡한 여운이 남도록 하고 있다. 24행으로 된 ‘햇빛葬’ 일부를 보자.

내 목숨같이 사랑했던 사람, 수평선으로 친친 동여매어/ 태평양 넓은 바다에 후울쩍 띄워 보내리/ 내 몸 구석구석 박혀 있는 유리알 그대 눈동자/ 그 맑은 눈동자 속에 환하게 피어오르던 붉은 꽃자리/ 서늘한 모래 무덤 속에 묻으리/ 뜨겁게 불타던 붉은 심장 서늘한 모래 무덤 속에 깊숙이 묻으리

‘햇빛’과 ‘葬(장)’을 낮과 장례로 해석하면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태양’과 ‘죽음’으로 해석하면 영원에 가깝다. 인간은 유한자인지라 사랑을 그리 길게 할 수 없다. 그렇지만 사랑을 함으로써 영원을 꿈꾸고 영원히 거룩할 수 있다는 것이 시인의 생각이다.

‘햇빛葬’을 절창으로 높이 평가한 이승하 시인은 시집 ‘황금 서랍 읽는 법’해설을 이렇게 끝맺었다.
“시인은 이제 이 시로써 영원을 살 수 있게 됐다. 누구나 때가 되면 생명현상이 끝나지만 정영숙은 시인이기에 사랑의 노래를 목놓아 부름으로써 또 하나의 우주를 창조하는 역사를 이뤘다. 이 세상의 모든 창조는 사랑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사랑은 새로운 생명 창조의 원동력인 것을!”

서울교대를 거쳐 한국방송통신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정영숙 시인은 현재 한국시인협회, 한국여성문학회, 한국가톨릭문인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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