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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문화·음악 예술

연재 2- 내 고향 김천을 노래하다

권숙월 기자 입력 2013.08.17 15:08 수정 2013.08.18 01:01

이승하(중앙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 모필장 이팔개 옹
ⓒ i김천신문
영신당 필방 이진희가 제자 이팔개에게 들려준 말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것이어야 하네
오래 써도 닳지 않는 것
손에 들어야 할 때 반드시 들고
꺾어야 할 때 반드시 꺾었던 것
칼을 다스리는 붓의 힘으로 지켜온 것들

붓 만드는 일 중에서 어떤 일이 가장 쉽더냐
곧게 펴서 길이 맞추는 일
긴 털 짧은 털 고루 섞어 끝 맞추는 일
우무풀 먹여 뾰족하게 촉 세우는 일

쉽게 쓴 글은 쉽게 잊혀지는 법
글을 아끼는 마음과
붓을 사가는 마음과
붓 만드는 내 마음이 다르지 않을 걸

경북 김천시 평화동
영산당 필방에서 만들었기에
붓 한 자루는 마음처럼 꿋꿋하였다
세월이 흘러도 허리처럼 꼿꼿하였다

↑↑ 이팔개 옹이 만든 붓
ⓒ i김천신문
<시작 메모>
영신당 필방은 1991년 경상북도 무형문화재 제17호로 지정되었다. 기능보유자 이팔개는 ‘영신당 붓’을 만든 장본인으로, 거창군 주상면에서 태어나 18세에 붓 만드는 기술을 배우기 시작하여 한평생 붓과 함께 생활해왔다. 그가 처음 붓과 인연을 맺은 것은 김천시 용두동에 있던 ‘이진희 필방’에 들어가면서이다. 3년 후 붓으로 성공하겠다는 굳은 결심을 품고 전국에서 이름난 부산의 ‘대신당 필방’으로 자리를 옮겨, 2년 6개월 동안 붓 만드는 기술을 익히고 김천으로 돌아와 ‘영신당 필방’을 개업, 약 40만 개의 붓을 만들어 전국에 보급하였다.
고향에 돌아왔을 때의 나이 24세였고 60년간 붓에만 매달리다 2008년에 작고하였다.
젊은 시절에는 100~150자루의 붓을 매일 만들었고 노년에도 20~30자루를 만들었다. 붓의 종류는 초필ㆍ인장필ㆍ미간ㆍ간필ㆍ주름필ㆍ중간필ㆍ중간대필ㆍ대필ㆍ소각ㆍ중대ㆍ액자 등인데 털의 종류와 붓의 종류에 따라 제작 과정도 다르다. 하나의 붓을 만들기 위해서는 75회가 넘는 잔손질이 필요하다. 그만큼 만들기 어려운 것이 전통 붓이다.
↑↑ 이승하 중앙대 문창과 교수
ⓒ i김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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