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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문화·음악 예술

연재 5- 내 고향 김천을 노래하다

권숙월 기자 입력 2013.09.06 20:34 수정 2013.09.06 08:34

이승하(중앙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 i김천신문
귀향 


  한가위다
  타향의 하늘에서도 이국의 하늘에서도
  두둥실 떠 있는 원반형의 달
  어머니 등에 업혀 쳐다보았던 달
  사랑을 잃고 술에 취해서 쳐다보았던 달
  오늘밤 저 달은 한껏 발그레해지리라


  인생행로 걸어도 달려도
  어느 길 할 것 없이 험하기만 했다
  망망대해 달려도 멈추어도
  어느 뱃길 할 것 없이 무섭기만 했다
  하지만 고향으로 나 있는 길에서는
  지친 새도 날개를 접을 수 있다
  그대 탯줄이 거기 묻혀 있기에
  그대만을 기다리는 노모가 있기에

  싸늘히 식은 가슴 지닌 이들이
  고향에 돌아온 날은 왁자지껄하리라
  따뜻한 고봉밥 넘치는 술잔
  사투리가 갑자기 입에서 튀어나오고
  잊어버린 친척 아이 이름을 묻는다
  잃어버린 내 별명을 여기서 찾는다
  내 인생의 남은 날들이여
  이번 한가위만 같아라


 
ⓒ i김천신문
 <시작 메모> 
  지금 이 세상에 계시지 않는 내 부모님은 성내동에서 30년을 사셨고 신음동에서 십여 년을 사셨다. 나는 김천고를 다 못 다니고 검정고시를 쳤고, 1976년부터는 김천을 떠나 서울 등 객지에서 살았다. 하지만 추석명절이나 설에는 반드시 귀향 열차나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다. 두 분 생신 때나 집안의 제사 때도 웬만하면 귀향했다. 연중 대여섯 번은 고향 김천에 내려와 부모님을 뵙고 상경했다.
  올해 추석은 부모님이 안 계신 상태로 맞이하는 세 번째 추석이다. 명절이 다가오고 있지만 마음이 울적해진다. 부모님이 살아 계시고 명절에 귀향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복이다. 이번 추석에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은 덕담만 나누었으면 좋겠다. 전통사회에서나 핵가족사회에서나 참으로 소중한 것은 가족과 친척이다. 이산가족들도 이번 추석에는 많이 상봉한다고 한다. 못다 나눈 정이 고봉처럼 넘쳐나는 만남의 시간이 되시기를. 배불리 드시고 마음껏 대화하고 사랑을 듬뿍 나누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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