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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문화·음악

김천시단- 빨래를 개며

김천신문 기자 입력 2019.01.28 20:57 수정 2019.01.28 20:57

전명하(시인·부곡동 금류A)

ⓒ 김천신문
바람 무지 부는 날
옥상에서 말린 빨래를 갠다
바람에 시달려 아귀가 비틀린 빨래는
살과 살을 치대어 몸 씻는 여자
늘 자신을 씻고 씻어서
깨끗한 제 살 집게 입에 물려줄 생각 뿐

여자 속 뒤집어 보면
비벼 빨아 곤두서는 순모의 근성처럼
까실하게 일어서는 보푸라기들
서로 다른 마음의 끝을 잡고 비틀며 사느라
얼마나 많은 눈물이 탈수되었던가
마음에 튕긴 락스는
또 얼마나 서로를 탈색시켰던가
생활폐수처럼 부르르 끓어오르던 부아도
이제는
고즈넉한 저녁 소리 없이 내려앉는
어둠살 같을 나이
유행은 떠났으나 오래 길들여진 빨래들이
차곡차곡 나를 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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