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무지 부는 날 옥상에서 말린 빨래를 갠다 바람에 시달려 아귀가 비틀린 빨래는 살과 살을 치대어 몸 씻는 여자 늘 자신을 씻고 씻어서 깨끗한 제 살 집게 입에 물려줄 생각 뿐
여자 속 뒤집어 보면 비벼 빨아 곤두서는 순모의 근성처럼 까실하게 일어서는 보푸라기들 서로 다른 마음의 끝을 잡고 비틀며 사느라 얼마나 많은 눈물이 탈수되었던가 마음에 튕긴 락스는 또 얼마나 서로를 탈색시켰던가 생활폐수처럼 부르르 끓어오르던 부아도 이제는 고즈넉한 저녁 소리 없이 내려앉는 어둠살 같을 나이 유행은 떠났으나 오래 길들여진 빨래들이 차곡차곡 나를 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