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병원이 적자를 이유로 산후조리원을 폐쇄함에 따라 김천시는 산후조리원이 없는 도시가 됐다.
시민 불편이 가시화되자 시 보건소에서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그 결과 김천의료원에 공공 산후조리원을 건립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으나 시 보건소와 김천의료원의 입장 차가 분명한 상태다.
이 문제가 최초로 논의된 것은 지난 2월 8일 도청 보건정책과에서였다. 이날 도청 보건정책과, 시 보건소, 김천의료원 주요 관계자가 참석했으나 시 보건소와 김천의료원의 입장이 나뉘었다.
시 보건소에서는 김천제일병원 산후조리원 폐쇄에 따른 대책을 강구하고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공공산후조리원을 설치 운영한다고 밝혔지만 김천의료원에서는 대책을 강구한 적이 없으며 공공산후조리원에 대한 의사만 타진했다고 밝혔다.
이때부터 양 기관 간에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상태에서 시 보건소는 지난 2월 28일 도청 복지건강국장실에서 보건정책과 주요관계자와 만나 건립 부지매입 후 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나대지로 김천의료원에 제공하기로 협의했다.
이날 만남에는 김천의료원 관계자는 참석하지 않았다. 따라서 김천의료원은 이 사실을 인지하고 못하고 있었다.
지난 3월 5일에는 도지사가 공공산후조리원 건립 예정부지를 방문했고 시 보건소장, 김천의료원장이 모두 함께 했으나 이후 알려진 사실은 서로 달랐다. 시 보건소에서는 김천의료원장이 도지사에게 직접 공공산후조리원에 대해 설명함으로서 의료원이 공공산후조리원 추진 과정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고 했으나 김천의료원에서는 이날 도지사에게 설명한 것은 의료원장이 아니라 보건소장이었다고 밝혔다.
이에 시 보건소 관계자는 멀리 있다 보니 누가 설명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며 해명했다.
이후 세 차례(지난 3월 20일과 21일, 4월 9일) 더 관계자 회의를 가지고 산후조리원 설치와 운영에 대해 의견을 나눴지만 양 기관의 의견은 좁혀지지 않았다.
이에 본지는 시 보건소와 김천의료원의 주장을 들어 보았다.
시 보건소 - 부지 매입 후 김천의료원에 임대
김천의료원에 공공산후조리원을 설치 운영할 수 있도록 협조 요청을 했다. 의료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14억 원을 편성해 부지를 확보해 임대 형식으로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지 매입은 편성한 예산으로 현재 추진 중에 있다.
김천의료원에서 주장하는 매입 부지 양도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만약 시에서 매입한 부지를 양도한다 해도 그 주체는 김천의료원이 아니라 경북도청이 된다. 따라서 김천의료원은 양도한 부지에 대해 아무런 권한이 없다. 더 큰 문제는 김천시는 경북도청의 하부기관이다.
반대의 경우라면 충분히 가능하지만 하부기관에서 상부기관에 기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시 보건소에서는 부지 매입 후 무상대여를 고수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는 경북도와 협의해 풀어간다는 입장이다.
김천의료원 역시 경북도의 하부기관이므로 경북도의 지시와 협조가 있으면 충분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천의료원 - 운영이 어렵다면 위탁 운영은 해 줄 수 있다
시 보건소의 주장과 달리 공공산후조리원 건립문제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문제다. 14억 원이 배정됐다는 이야기도 처음 들었고 사전에 협의된 사항도 없다.
특히 시 보건소에서 주장하는 임대에 대해 ‘임대한 부지는 국비 신청을 할 수 없다. 그런 부지에 산후조리원을 건립하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또한 산후조리원은 의료업이 아니다. 수익사업이다. 김천의료원은 의료업이 아닌 수익사업을 적극적으로 할 수 없는 기관이다.
김천시에서 부지 매입 후 임대가 아니라 등기를 넘겨준다면 사정이 달라질 수도 있지만 이는 양 기관 모두 고려할 여지조차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현재 김천의료원이 제시할 수 있는 마지막 제안은 위탁 운영이다.
시 보건소에서 부지를 매입한 후 공공산후조리원을 건립한 후 운영이 어렵다면 김천의료원에서 위탁운영은 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더 이상의 조건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경북도 - 상부기관이라고 일방적 지시는 ‘곤란’
산후조리원 설치 운영에 대한 키를 쥐고 있는 경북도는 공공보건의료법률상 김천시가 매입한 부지를 무상 대부하는 것은 가능하다. 시 보건소에서 주장하는 무상 대여는 이 법률에 근거하고 있다.
하지만 무상 대여한 부지에 대해 국비 신청은 할 수 없다. 따라서 필요한 예산은 경북도와 김천시가 부담해야 한다.
또 김천의료원의 위탁 운영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산후조리원은 ‘모자보건법 15조에 의해 시장, 군수가 설치할 수 있다’는 조항에 따라 김천시가 부지 매입 후 설치까지 해주면 위탁 운영은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 보건소에서 주장하는 상부기관의 하부기관 지시에 대해서는 “상부기관이라고 하부기관에 지시를 내리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해결책으로 인근 상주시의 예를 들었다. 상주시 역시 김천시과 마찬가지로 산후조리원이 없다. 상주시는 부지 매입 후 무상 대여하고 모자보건법 15조에 따라 설치까지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소요되는 예산은 경북도와 상주시가 5:5로 부담한다고 밝혔다.
시민 - 15만 시민 불편 외면하고 자기주장만 ‘분통’
시 보건소와 김천의료원이 입장 차를 좁히자 못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들이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 최모씨는 “시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양 기관이 시민 불편을 외면하고 있다. 더 이상 각을 세우지 말고 하루 빨리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 박모씨는 “김천시 인구가 15만이다. 그런데도 갈 수 있는 산후조리원이 없다. 창피한 일이다. 출산 후 타 지역 산후조리원을 찾아 떠도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주장했다.
시민 임모씨는 “분통이 터지는 일이다. 서로의 주장만 내세워는 양 기관이 진정 시민을 위한다는 공공기관이 맞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