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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일반 종합

<반려동물 천만시대 특집> 아름다운 동행2

이성훈 기자 입력 2019.07.04 09:30 수정 2019.08.22 09:30

반려묘 톰과 제니

반려동물 천만시대다. 팻 푸드 시장만 1조원에 달해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죽을 고비 넘기고 묘생역전

3년 전 2017년 5월.
그날따라 비까지 부슬부슬 내렸다. 집 근처 성여의고로 운동을 나갔다가 톰과 제니의 보호자는 생각지도 못한 인연을 만났다.
후문 근처에서 이상한 소리를 들은 것이다. 주변을 살폈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풀밭까지 살폈으나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
벌레 소리라고 생각하고 운동 후 집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다음 날 또 같은 소리를 들었다. 이번에는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풀을 베어 샅샅이 뒤졌다.
손가락 두 마디밖에 되지 않는 새끼 고양이가 풀 사이에서 울고 있었다. 갓 태어났는지 울며 꿈틀거리는 것이 전부였다.
인연을 느낀 보호자가 집으로 데려왔다. 그날 저녁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데려오지 않았으면 하수구로 떠내려가 죽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다음날 보호자의 남편이 또 한 마리의 새끼 고양이를 데리고 왔다. 처음 발견한 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나무 아래서 찾았다고 한다.
비슷한 외모로 보아 한 배에서 난 자매였다.
새끼 고양이의 간택을 받은 부부 집사의 고생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톰과 제니가 도통 먹지를 않았다. 이것저것 시도해보다가 젖병을 사서 우유를 먹였다.
ⓒ 김천신문
안 먹으려고 했지만 아기 키우듯 으르고 달래서 겨우 겨우 먹였다. 두 집사의 정성에 감동했는지 톰과 제니는 우유를 먹기 시작했고 건강하게 자라 주었다.
어릴 때는 몰랐는데 둘 모두 암컷이었다.
톰과 제니, 어딘가 익숙한 이름이다. 유명한 애니메이션 캐릭터에서 따온 이름이다.
“고양이를 두고 정이 없다고 하는데 톰과 제니는 다르다. 집에 오면 반갑게 마중 나오고 외출할 때면 골목까지 따라 온다. 반려묘는 이번이 처음인데 반려견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겨울이면 추울까봐 현관에 들이고 박스를 놓아 주었다.
ⓒ 김천신문
어느 날이었다.
성묘가 된 톰과 제니가 교대라도 하듯 밖에서 밤을 보내고 왔다.
몇 개월 후 두 집사의 집은 고양이로 넘쳐 났다. 톰이 다섯 마리, 제니가 세 마리의 새끼를 낳은 것이다.
이대로 두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중성화 수술을 결정했다. 수술비가 마리 당 50만 원 이상이라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수소문해서 구미까지 데려가 수술을 시켰다. 톰과 제니를 평생 반려로 생각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아기 고양이도 중성화하려고 했지만 잡을 수가 없어 포기했다. 그랬더니 새끼가 자라 또 새끼를 낳았다.
톰과 제니는 3살에 할머니가 된 것이다.
태어나자마자 죽을 고비를 만났지만 부부를 집사로 간택해 할머니가 된 톰과 제니. 진정한 묘생역전은 톰과 제니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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