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지방홀대가 도를 지나치고 있다. ‘선 지방발전, 후 수도권 규제완화’를 주장하던 한나라당과 MB정부의 정책기조가 급격히 수도권 규제완화를 통한 지방의 도외시로 나타나고 있다는 적신호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지방발전이 우선이라고 공언해왔던 정종환 국토해양부장관이 10월 중에 수도권 규제를 풀겠다며 자신의 노선을 급변경 했고 논란이 됐던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이 이명박 대통령의 ‘잘못된 정책을 바로 잡는 것’이란 한마디 언급에 한나라당이 ‘원안 수용’이라고 화답했다.
이명박 정부의 탄생이 지방의 균형발전과 경제회생을 약속한 대선공약에 대해 지방민들의 열화와 같은 지지로 탄생했다는 점을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정부의 사실상 ‘지방포기’를 바라보는 지역주민들의 심사는 뒤틀릴 대로 틀어지고 있다.
수도권의 규제완화는 곧바로 기업들의 지방투자를 수도권으로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공산이 크다. 자원과 돈, 인재가 몰려있는 수도권에 투자할 수 있는 충분한 여건이 되는데 굳이 지방으로 투자할 기업이 있을 리 만무한 것은 경제학의 기본 중 기본이다.
정부가 수도권의 규제를 완화하고서야 아무리 기업에 지방투자를 설득하고 급기야는 업박을 가한다고 해서 들을 기업도 없을뿐더러 그럴 수 있는 시절도 아니다.
지역의 자원과 인재가 썰물 빠지듯 하고 있는 대구의 경우 수도권의 규제완화는 행정복합도시건설과 공공기관 이전, 국가공단 지정 등을 바탕으로 경제회생을 하려던 계획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 지역 경제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종부세는 어떤가. 원래 종부세는 수도권에만 집중되던 개발이익을 지방발전으로 쓰자는 취지로 부동산교부세로 만든 세금이다. 극소수 상위 재산보유자들에게 적용되던 종부세를 정부의 방침대로 개편하게 되면 지방으로 배분되던 2조5천억 원가량의 부동산 교부세가 사라지게 된다. 대구만해도 2천억 원, 경북도 2천억 원해서 자그마치 4천억 원의 지방교부금이 사라지게 된다.
대구와 경북에서 종부세 개편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주민은 말 그대로 ‘한 줌’도 안 된다. 그 한 줌도 안 되는 사람들 속에 대구경북 한나라당 의원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지하철 부채 등 만성적인 부채에 시달리고 있는 대구시로서는 사라지는 2천억 원의 돈은 금싸라기 같은 재원이다.
하지만 상황이 이런데도 입만 열면 대구시에 국비를 따왔다고 자랑하던 대구의 국회의원들 가운데 서민과 지방을 위해 종부세 개편에 적극 반대했다는 의원을 본 적도 없고 사라지는 지방재정 확충에 대한 대책마련에 나섰다는 의원을 들은 적도 없다.
‘1% 부자들을 위한 감세정책’이란 국민적 비판여론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에 포진하고 있는 감세혜택 대상자들과 정부의 고위관료,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을 위해 침묵하는 지역 한나라당 의원들은 주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의식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지방의 희생, 심지어는 지방의 몰락조차 안중에도 없는 정부와 지역민들의 절대적 지지를 통해 배지를 단 지역 한나라당 의원들의 지역 무관심(?)에 대해 지역민들의 질책과 준엄한 심판이 두렵지 않은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