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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행정 종합

‘국가변란’을 공공연히 외치는 대학교수

홍길동 기자 입력 2010.07.29 10:24 수정 2008.10.27 03:56

한국경영학회장, 연세대 상경대 학장을 지낸 60대 노교수. 이런 설명이 붙는다면 이 노교수가 국가변란을 목적으로 하는 이적단체를 조직했다는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것이 혹 과거 공안정권에서 생사람 잡은 일쯤으로 치부해버릴지 모른다.

하지만 오세철(65) 연세대 명예교수란 사람은 사회주의 노동자연합(이하 사노련)의 운영위원장이며 한때 민중정치연합 대표를 맡은바 있는 한국의 대표적인 사회주의자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그는 지난 8월말 사노련관계자 6명과 함께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 구성죄를 적용, 체포됐지만 법원이 ‘사노련이 이적단체라는 소명이 부족하다’며 그의 체포 및 구속영장을 기각해 풀려난바 있다.

국가보안법의 적용을 엄격하게 하겠다는 최근의 법원기류가 반영됐겠지만 최근의 언론보도를 보면 풀려난 그의 행보는 가히 거칠게 없어 보인다. 그는 23일 서울대 법대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연 강연회에서 “판사에게 사노련이 국가변란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가 맞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힘이 없다”고 말했다면서 “법원이 영장을 내줄 만큼 사노련의 자료가 쌓일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는 경영학 교수이면서 학생들에게 “사회에 나가면 노동자일 수밖에 없는 학생들이 자본가를 꿈꾸기에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치기 위해 경영학 교수를 택했다”며 자본과 노동이 대립적 관계임을 암시하는 발언도 했다.

그는 한 발 더 나아가 지난 5월말 촛불시위대가 청와대 앞까지 진출한 사실을 환기하며 “해방의 날이 또 올 것”이라는 말을 했다. 우리나라의 명문대학 명예교수이기도 한 노교수의 입에서 나왔다고 생각하기엔 놀라운 발언들이 아닐 수 없다.

스스로 자기가 속한 ‘사노련’이 ‘국가변란’을 목적으로 한다는 말이나 잡혀갈 때까지 사회주의 활동을 계속하겠다는 말이나 어느 것 하나 놀랍지 않은 것이 없지만 이런 사람이 최고 두뇌들이 모인 서울대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특강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더욱 놀랍다.

물론 그는 자신은 혁명에 실패한 북한이나 러시아를 좇지 않는다며 국가보안법상의 ‘이적단체’와 거리를 두는 모양새를 갖추었으나 자신의 입으로 자신이 몸담은 단체가 ‘국가변란’을 목적으로 활동한다고 시인한 이상 ‘범상한 교수’로 보이진 않는다.

정치적 사상과 사회관의 정립기인 대학생들을 상대로 ‘국가변란’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대한민국을 사회주의로 만들기 위해선 어떠한 방법이든 동원하겠다는 위험천만한 신념을 가진 교수가 이념의 분탕을 칠하도록 방치하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오 교수를 비롯한 사노련 관련자들에 대한 체포 및 구속영장 기각은 사노련이 이적단체가 아니란 면죄부를 준 것이 아니다. 법원의 결정을 보더라도 ‘소명자료가 부족’하기 때문에 기각한 것으로 나왔으니 경찰과 검찰의 서툴고 치밀하지 못한 수사의 결과일 뿐이다.

최소한 ‘내가 사회주의자고 사회주의를 위해 국가변란을 하려고 한다’는 기막힌 주장이 더 이상 나오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국민의 생명과 국토의 보존을 책무로 하는 정부의 가장 기본적 사명임을 분명히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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