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공무원 등 부재지주들이 부당하게 농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쌀 소득보전 직불금(이하 직불금)을 받은 일로 한나라당은 정권에 부담이 될까 전전긍긍하는 모양새고 민주당 등 야당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만큼이나 커다란 호재를 만난처럼 기세가 등등하다.
이명박 정부의 여성차관의 직불금 수령문제로 불거진 사태이니만큼 한나라당도 자유로울 수 없으나 직불금 제도를 만든 정권이 지금의 민주당이 여당이던 참여정부이고 이번에 문제가 된 감사원의 감사도 참여정부 때인 2007년 5월에 종료된 것이다.
2006년도에만 모두 28만명의 직불금 부정수령자를 파악했음에도 이를 발표하지 않은 것도 참여정부 당시의 감사원이고, 감사원의 주장대로라면 농업 이외의 직업을 가진 부정 수급자 17만명의 명단을 폐기한 것도 참여정부 때의 감사원이다.
감사원이 공무원 4만명씩이나 직불금을 부정하게 수급했다는 사실을 비공개한 까닭이 무엇인지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주장이 제기돼도 감사원은 할 말이 없게 됐다.
작년 7월에는 대통령선거의 열풍이 불었던 시점이 아닌가. 그즈음 이런 사태가 공개됐더라면 참여정부는 물론, 당시 이름을 달리했지만 여당이었던 지금의 민주당은 치명타를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추론이 가능하다.
그런데도 직불금 문제가 마치 이명박 정부의 부도덕성에서 비롯된 것처럼 민주당 인사들이 나서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를 맹공격하는 것은 낯 뜨거운 일이다.물론 그 시절, 한나라당 인사들이 부정하게 직불금을 받은 일과 정권이 바뀐 뒤에 일어난 부정수급에 있어 결코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가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자기들의 손으로 잘못된 정책을 만들고 그 부작용을 감지하고서도 이를 감추었다가 정권이 바뀐 후 라고해서 현 정부가 직불금파동의 원죄라고 주장해선 이율배반이 아닌가.
따지고 보면 직불금파동의 1차적 근원은 참여정부와 현 민주당에 있고 이를 감춘 2차적 근원도 참여정부와 현 민주당에 있으며 다만 한나라당은 야당시절 이 제도의 허점을 발견하지 못한 죄와 함께 직불금을 삼킨 죄, 정권이 교체됐는데도 잘못된 정책을 바로 잡지 못한 죄가 있는 것이다. 결코 민주당도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에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책임소재를 가리자는 것이 아니다. 농민들의 허물어진 마음을 달래고 땅에 떨어진 사회신뢰도를 세우는 일에만 매달려도 시원치 않을 판에 자기 식구의 티는 보지 않은 채 정권도덕성 운운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의 말처럼 ‘내 편, 네 편 관계없이’ 부정하게 농민들의 직불금을 가로챈 후안무치의 인사들만 골라내 국민들에게 공개하고 책임지울 사람이 있다면 책임지게 하는 것이 지금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의 책무란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