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갑 대표를 위시한 민주노동당의 명단제출 요구에 결국 농림수산부가 백기를 들고 오는 20일 쌀 직불금을 부당 수령한 것으로 확인된 공직자들의 명단을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에 제출하기로 16일 결정했다.
이로써 감사원이 감사결과를 발표하고서도 명단이 없다고 버텨 빗발치던 국민들의 비난여론이 이제 농림수산부가 발표할 예정인 명단으로 집중하게 됐다.
하지만 농림수산부가 결정·발표한 명단공개의 범위를 보면 아직도 정부가 정신을 못 차려도 한참은 못 차린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든다. 직불금을 부당 수령한 잘못은 고위직이든 하위직이든 하등의 차이가 날 까닭이 없으므로 명단을 공개한다면 모든 대상자를 공개해야 함에도 무슨 기준으로 3급 이상 고위공직자로 두부 자르듯이 범위를 한정한다 말인가.
그뿐이 아니다. 직불금 수령자 가운데 2006년~2007년도 수령자 명단만을 제출하기로 한 것도 미심쩍은 일이다. 농림수산부는 2008년도의 경우 고정형은 책정만 됐을 뿐 지급하지 않았고 변동형은 연말에나 가능하기 때문에 올해 분은 누락 했음직하지만 이미 책정된 것은 지급을 전제로 한 것이니만큼 당연히 포함돼야 한다.
이러니 당장 민주당과 민노당이 “지난 정권의 마찬가지로 현 정권이 들어선 이후의 명단도 동시에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지난 정권에서 이뤄진 직불금 명단만 발표하고 현 정권하에 일어난 부정한 명단은 손아귀에 틀어쥐고 있겠다는 발상자체가 소가 웃을 일이 아니고 무엇인가.
쌀 직불금제도의 시행이후 지금까지 모든 공직자와 선출직공무원은 물론 일반 부재지주들의 직불금 수령명단을 단 한건의 누락도 없이 전원 공개해야함은 분노한 농심을 달래는 유일한 방안이며 지도급 인사들의 부도덕성에 좌절하는 국민들의 유일한 위로임을 알아야 한다.
또한 직불금의 부당수령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고 이를 위반하는 공직자 등에 대한 처벌을 담보할 수 있는 법안의 마련도 서둘러야 한다.쌀 직불금 파문은 단순히 공무원들이 세금을 낭비했다는 차원이 아니다. 국민들이 공직사회와 사회의 지도급인사, 정부를 불신하는 촉매제로 이 문제만큼 폭발적인 것도 찾기 어렵다.
정권차원에서의 비상한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또 다시 좌파들에게 촛불의 빌미를 만들어 주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없고 직불금 문제는 그만한 잠재력을 가졌음을 당국자들은 깊이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