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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종합

아침 햇살, 붉은 하늘‥물안개 겨울철새의 소중한 어울림!

홍길동 기자 입력 2010.07.29 10:24 수정 2008.10.21 04:18

[김상문의 포토여행] 철새들이 전하는 서산의 아침!

천수만은 매년 300여종 하루 최대 개체수 40여만 마리의 철새들이 찾는 국내 최대의 철새 도래지이다. 우아한 자태의 ‘노랑부리저어새’, 화려한 군무의 ‘가창오리’, 이들의 아름다운 비행은 한 편의 드라마를 선사한다. 철새들이 있어 아름다운 서산의 아침을 소개한다.

새벽안개를 가르며 홍성 IC를 통해 안면도 방향 14km 지점에 위치한 서산간척지를 찾았다.

아직 어둠에 잠긴 논에는 ‘꽥 꽥’ 하는 오리의 울음소리가 유난스럽다. 유난한 것은 이것만 아니다. 하늘의 별들 역시 유별나다. 너무나 촘촘해 ‘별이 쏟아 질 것 같다’는 말은 유성이 쾌적을 그리며 떨어지는 것으로 또 다른 유별남을 증명한다.

간척지의 철새들은 아직 어둠속에 형체가 미미하다. 그러다 어느 시간 태양이 온 하늘에 붉은 빛으로 먼동을 띄운다. 이때부터 간척지는 날아가고 날아오는 새들로 활기찬 아침이 시작된다. 차가운 물보라를 일으키는 녀석(오리로 추정됨) ‘꽥 꽥’ 목청 높여 소리 지르며 제 자리를 뱅뱅 도는 녀석. 잠시라도 가만히 있지 않는 새들의 부산한 움직임이 유난스러운 아침이지만 ‘참! 평화스럽다’ 는 생각을 하게 된다. 왜? 고운 아침에 예쁜 철새들이 함께 하니까.

짧은 시간 긴 여운

‘오늘은 볼 수 있겠지’ 하는 기대감을 가져본다. 곧바로 철새 기행전 행사장에서 안면도 방향 약 900m 지점 간척지 출입통제소 근방 논길에서 철새들을 기다리기로 했다. 이 순간을 광고 카피에 대입하면 ‘너 뭐하니’ 하고 물으면? 나! ‘바빠요’ 라고 말할 것 같다. 왜 새들의 아름다운 비행이 곧 있으니‥

사실 아침과 철새가 어우러지는 서산의 아침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서 매년 간척지에 왔지만 아직 번번한 사진이 없는 것이 나의 솔직한 고백(?) 이다. 처음 몇 년은 경험이 없어서. 그 다음에는 새들의 생태를 잘 몰라서. 그 후에는 날씨가 제대로 안 따라 주어서 등 많은 시행 착오가 있었다. 지금도 계속 되고 있지만. ㅋㅋ~

잠시 후 태양이 길고 강한 빛으로 '불쑥‘ 나타난다. 하늘이 불타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무섭게 한 무리의 기러기가 날아간다. 이어서 다른 무리들이 태양을 등지고 날아가기 시작한다.

수천 마리, 아니 수만 마리의 새들이 머리위로 날아간다. 스릴러 영화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코크 감독의 영화 ‘새’ 와 같은 분위기다. 순간 온몸에 짜릿함이 엄습한다.

이때가 가장 바쁜 시간. 철새들은 휴식과 먹이가 있는 곳을 찾아 이동해야하고 나는 그들을 촬영하기 때문에. 사실 사진촬영 시간이라고 해봤자 고작 10~15분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자연과 어우러진 철새들의 움직임은 많은 것을 보여 준다. 울음소리, 날개 소리 등 그야말로 ‘아름다운 비행’ 이다.

특히 기러기들이 보름달로 향하는 장면은 마치 ‘달 밝은 가을밤에 기러기들이~♬’ 라는 동요 가사 이미지와 딱 들어맞는다. 짧은 시간 긴 여운이다.

아름다운 비행

철새의 아름다움을 언젠가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자연이 얼마나 아름답고 위대한지.

더불어 “그것을 왜 소중히 가꾸고 지켜야 하는지‥ 그래서 오늘 우리 부자는 아름다운 동행을 했다.

카메라 바디에 70-200mm 줌 렌즈를 장착하고 모든 기능(노출, 초점)을 자동으로 설정 한 후 오직 셔터만 누를 줄 아는 쌩 초보 사진가 에게 카메라를 전했다. “네가 보고 있는 ‘서산의 아침’을 너의 느낌 그대로 자유스럽게 찍으라는 말과 함께‥

나 역시 17-55와 300mm 렌즈로 이용 두 녀석(아들 과 철새)을 찍었다. 기러기들이 머리위로 날 때는 17-55 렌즈에서 17mm 광각 쪽으로 초보 사진가와 철새를 넣어 찰칵 찰칵 했고 새들이 태양과 달을 향해 가면 300mm 렌즈를 사용 했다. 새들이 폭풍우처럼 지나가자 마치 전쟁을 치른 느낌이다. 위장복에는 땀이 촉촉하고.

잠시 후 간월호 방향, 물안개가 아침 햇살에 스물 스물 피어오른다. 운이 좋은 걸까. 매년 가을철이면 서산에 오지만 이런 현상은 처음 본다. 아니다! 어쩌면 크고 화려한 것만 찾아다니다 못 봤을지 모르는 일. ㅋ ㅋ 나야말로 새 대가리?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 라는 노랫말을 생각해 본다.

아침 햇살, 붉은 하늘, 물안개가 모여 ‘서산의 아침’을 이룬다. 그 공간으로 철새들이 날아들자 동양화의 마지막 한 획이 그림을 완성하듯 마침내 아침풍경이 완성된다. 그 이미지는 아주 쉬운 말로 시골 이발소에 걸린 그림 같은 풍경이다. 순간 머리가 삐죽거리고 짜릿하다. 이 느낌에 이끌려 ‘서산의 아침’ 을 찍고 또 찍었다. 고맙다 철새야!

철새가 전 하는 말

장소를 부남호로 옮기자 수면에는 가창오리가 ‘꿈틀 꿈틀’ 거린다. ‘오늘은 볼 수 있겠다’ 하는 기대감을 가져본다. 쌍안경으로 그들을 살피자 가창오리들은 빽빽한 틈 사이에서 역동적인 움직임이 계속된다. 커다란 대형을 이루고 그 대형 유지를 위해 끓임 없이 날아다닌다.

천적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를 위한 본능적인 움직임. 이 일은 하루 종일 반복되는데 군무가 있기 30분전에는 움직임이 더 활발하다.

잠시 후 가창오리들은 공중에 거대한 띠를 만들고 역동적인 군무를 시작한다. 마치 공중에 떠 있는 거대한 유기체 같다. 대형이 갈라졌다 모였다 요동치기를 수십 번. 이를 사람들은 “우주 쇼” 또는 “진짜 쇼” 라고 말한다. 나 역시 가창오리의 군무에 온 몸이 전율 할 정도로 심한 경험을 했던 기억이 있다.

작년에 보았던 기억이다. 가창오리중 대변인이 오늘은 군무가 없다고 전한다. ‘왜 그렇니’ 하자 생태환경을 파괴하는 사람들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한다. 크~ 또 허탕. 너를 7년간 짝 사랑했는데... 가창오리야 어떻게 오늘은 좀 안되겠니. 잠~ 잠~ 아직은 오여사(태양의 오매가 현상을 지칭 하는 말) 보다 만나기 힘든 일인가 보다.

하긴 군무가 있다고 해도 내가 원하는 사진을 찍게 모델이 되어줄지 그 점도 미지수다. 어느 방향에서 다양한 운동성을 보여줄지 그들 외에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기 때문. 그때마다 “마음을 비워야 한다” 는 지인들 조크가 생각난다. 아들아 오늘 아빠는 또 새가 됐네. ㅋㅋㅋ~

차를 간월호 방향으로 향하자 논에는 먹이 활동이 한창인 기러기가 지천이다. 순간 갑자기 나타난 이방인 출연에 긴장 했는지 동작을 멈추고 목을 뻣뻣이 세운다. 군대 용어로 ‘동작 그만’ 자세를 취한다. 그러다 대장 기러기의 ‘끼룩’ 신호와 함께 순식간 하늘로 날아오른다.

한 무리가 날자 또 다른 무리도 날아가는 도미노 현상을 보인다. 순식간 하늘을 시커멓게 덮는다. 그러나 기러기들의 이런 행동은 생명을 위한 처절한 움직임이다. 새들에게는 인간들.

이 조류독감보다 더 무서운 존재이기 때문. ‘방해해서 그리고 쫓아서 미안해’ 를 되새기며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담수호 상류 어느 지역(조류 보호 상 정확한 표기 생략), 너무나 귀한 노랑부리저어새가 아침 햇살에 한가로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지구상에 2천 마리도 채 남지 않은 멸종 위기 종이자 한국의 천연기념물이다.

더러는 자기네들끼리 한가로이 장난을 치거나 물속에 주걱모양의 부리를 이리저리 휘저으며 먹이잡이에 한창이다(이런 동작으로 ‘저어새’ 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앞에서는 오리들이 수상스키 타듯 물살을 심하게 일으키기도 하고 다른 녀석은 날개로 물을 텀벙 텀벙 튀기는 물장난을 친다. 이곳의 터줏대감인 여름철새 백로는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마라” 라는 의미를 보여 주듯 그들 앞을 우아한 걸음으로 도도하게 지나간다.

철새들이 전하는 서산의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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