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어모면 아천에 소재한 푸른마을아파트 5층에 거주하고 있다. 이름처럼 아름답고 깔끔하며, 로얄 층수라서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면 한 폭의 풍경화가 시야 앞에 펼쳐진다.
우리 마실(마을의 토속어)은 온종일 햇빛을 품고 있는 정남향에 40여 호의 농가 상가와 약 80여 호의 아파트로 이뤄진 어모면 소재지의 작은 마을이다. 마실은 파란 하늘과 푸른 들판 속에서 서로 평화롭게 어울리며 옹기종기 어깨동무하고 산다.
그 가운데에는 빨간색 지붕으로 치장한 우리 집 구멍가게도 곧장 시야에 들어오고 있으니, 필자는 어머니를 보는 듯 배가 든든하다.
시선을 아래로 돌리면, 모교 아천초등학교가 넉넉하고 당당하게 자리 잡고 있고, 건너편에는 주님의 성전 제일교회와 희망의 새싹들이 꿈을 펼쳐가는 어린이집이 하늘을 받들고 있다.
또한 우리 집에서는 잘 보이진 않지만, 우체국, 마을회관, 파출소와 면사무소 및 농협지점이 늘 우리 곁에서 친형님처럼 우리를 보살펴준다.
어모면의 홍일점 여성 이장인 우리 마을 이장님은 총명하고 부지런한데다 상냥하고 속도 넓고 얼굴도 예뻐서 우리 주민들에게는 아이돌급 최고 인기스타이다.
마실을 가로지르는 경북선 철길에는, 텅 빈 빨간색 완행열차가 하루에 서너 차례 왕래하며 철로 변 코스모스 꽃길에 낭만을 심으며 힘차게 지나간다.
국도 3호선, 신작로에는 할머니들의 휄체어 전동차와 할아버지 낡고 털털거리는 경운기가 제트비행기보다 빠르게 다니곤 한다. 게다가, 각종 나들이 차량도 여유작작하게 도로변 노상 주정차를 즐기며 오락가락 분주하기만 하다.
아천에는 칼국수집과 순대국밥집이 김천대표맛집으로 유명한데, 각지에서 온 식도락객들의 발길로 저잣거리는 늘 북적거린다. 그 복작거리는 도로에 우리집 발바리 ‘달애’도 이웃집 남친 ‘얼룩이’와 작당 지어 횡단보도와 차선도 무시한 채 신작로 길을 마구 쏘다닌다.
모두가 자유롭고, 평화롭다. 이것이 필자가 아천에서의 삶이 즐겁다는 이유이다. 어제는 누군가 싱싱한 복숭아 한 봉지를 현관 앞에 살짝 두고 갔다.
필자는 알고 있다. 마음씨 보드랍고 따뜻한 위층에 거주하는 아주머니의 인심이라는 것을.
이 지상낙원 같은 내 고향 아천의 따뜻한 품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필자에겐 천번 만번 행복감을 가져다준다. 세상이 복숭아처럼 촉촉하고 향긋하며 온갖 곳이 다 달콤하다.
독자투고 이 종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