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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모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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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갈항사지에서
감감해진 하늘을 앙가슴에다 올려놓고
바람이 부풀어서 골짜기를 떠돌 때
무거운 적막을 씻는 늙어버린 몸이여
길 하나 부여잡고 놓지 못한 햇살인가
강마른 생을 감아 지난날 새김질해
버려진 화엄의 세상 석등 위에 펼친다
엇물린 풍경들이 웅성거리는 나절가웃
기교 없는 생애가 연기를 피워 올려
하얗게 더듬은 숲을 마당에 들앉힌다
작가 최광모
*약 력 : 1970년 경북 김천 출생.
<교상학당> 시조아카데미 회원.
2018년 중앙일보 <중앙신인문학상> 당선.
현) 최광모 수학교실 운영
*주 소 : (39629) 김천시 부곡맛고을1길 69, 2층
*전 화 : 010-9364-2110
*이 메 일 : sskkyy1116@naver.com
갈항사지는 김천시 남면 오봉리에 위치한 폐사지이다. 늙어버린 몸은 폐사지처럼 쓸쓸하게 살다 가신 지은이의 아버지이며 우리들의 아버지 이기도 하다. 길 하나 부여잡고 평생을 놓지 못한 기교 없는 우리들의 아버지인 것이다. 아버지의 뒷모습처럼 우두커니 서있는 폐사지의 석등을 통해 가을 햇살처럼 반짝이는 화엄의 세상을 지은이는 꿈꾸고 있다(작가의 글 중에서).
백로와 추석을 앞둔 가을 길목에 불청객인 가을 태풍이 찾아오는 탓에, 힘든 삶의 걱정거리 하나가 더 늘었지만, 그래도 오고야 말 가을이기에 그 가을의 추억 길을 애써 더듬어 보고 싶다. 본지가 기획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는 신라 천년고찰 갈항사는 비록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갔지만, 최광모 시인의 시심(詩心)에서 다시 깨어나 애잔한 가을 낭만을 안겨다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