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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문화·음악

가을, 갈항사지에서

전영수 기자 입력 2022.09.05 16:29 수정 2022.09.05 16:29

최광모 시인

가을, 갈항사지에서

감감해진 하늘을 앙가슴에다 올려놓고
바람이 부풀어서 골짜기를 떠돌 때
무거운 적막을 씻는 늙어버린 몸이여

길 하나 부여잡고 놓지 못한 햇살인가
강마른 생을 감아 지난날 새김질해
버려진 화엄의 세상 석등 위에 펼친다

엇물린 풍경들이 웅성거리는 나절가웃
기교 없는 생애가 연기를 피워 올려
하얗게 더듬은 숲을 마당에 들앉힌다

 작가 최광모
*약 력 : 1970년 경북 김천 출생.
<교상학당> 시조아카데미 회원.
2018년 중앙일보 <중앙신인문학상> 당선.
현) 최광모 수학교실 운영
*주 소 : (39629) 김천시 부곡맛고을1길 69, 2층
*전 화 : 010-9364-2110
*이 메 일 : sskkyy1116@naver.com

갈항사지는 김천시 남면 오봉리에 위치한 폐사지이다. 늙어버린 몸은 폐사지처럼 쓸쓸하게 살다 가신 지은이의 아버지이며 우리들의 아버지 이기도 하다. 길 하나 부여잡고 평생을 놓지 못한 기교 없는 우리들의 아버지인 것이다. 아버지의 뒷모습처럼 우두커니 서있는 폐사지의 석등을 통해 가을 햇살처럼 반짝이는 화엄의 세상을 지은이는 꿈꾸고 있다(작가의 글 중에서).

백로와 추석을 앞둔 가을 길목에 불청객인 가을 태풍이 찾아오는 탓에, 힘든 삶의 걱정거리 하나가 더 늘었지만, 그래도 오고야 말 가을이기에 그 가을의 추억 길을 애써 더듬어 보고 싶다. 본지가 기획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는 신라 천년고찰 갈항사는 비록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갔지만, 최광모 시인의 시심(詩心)에서 다시 깨어나 애잔한 가을 낭만을 안겨다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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