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대설(大雪)을 앞둔 탓인지 몸을 움츠리게 할 정도로 쌀쌀한 초겨울 늦은 오후 4시, 남산동 김천시립문화회관 2층 공연장에서는 문화를 사랑하는 시민들과 함께한 웹 드라마 “미확인 비행물체” 독립영화의 시사회가 있었다.
2022년 경북관광진흥기금 보조사업으로 선정돼 데일리김천TV가 제작을 맡고, 김천대학교 전승호 교수가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코로나19, 청년실업, 고령화, 지방소멸, 고물가, 고금리 등 현시대 서민들의 고민거리를 담담히 그렸다.
인터넷의 발달로 ‘미확인된 사실’을 실제인양 착각하여 가짜뉴스에 빠져들곤 하는 요즘세태와 코로나19,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고령화 시대를 살고 있는 답답한 현실적 삶을 ‘미확인비행물체’에 빗대어, “실상과 허상”의 구분조차 애매해진 세태를 전승호 교수 특유의 감성에 녹여 화면 속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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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회에 앞서 인사말을 하는 전승호 김천대학교 공연예술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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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호 감독은 “이 영상을 통해 지역의 관광콘텐츠와 문화를 접목한 관광문화 자원의 개발과 작금의 대한민국이 처한 불안한 시대현실이 조명되어 어려움을 딛고 한껏 일어나는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작은 소망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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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회가 열린 시립문화회관 2층 공연장 입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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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독립영화란 이윤을 추구하는 상업영화와는 달리 내세우고 싶은 '주제'로 제작하는 영화이기 때문에 창작자 의도가 중시된다. 감독 작가주의로 해서 일반 영화보다 약간의 벽도 있지만, 재미있고 독특한 영화도 많다. 독립영화는 관객들이 접해 보지 않아서 낯선 것이지 결코 어려운 것은 아니다.
성공한 독립영화로 ‘워낭소리’는 295만 관객을 동원헀고, 특히,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430만 관객으로 독립영화 흥행1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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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확인 비행물체' 독립영화가 상영될 문화회관 내부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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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과 관계없이 볼만한 독립영화로 몇 편을 소개해보면, 먼저 명절이면 생각나는 영화가 있다. 선호빈 감독의 실제사례로 만든 순도 200% 리얼리티 영화이다. “명절 때, 시댁에 안 갔어요. 그래서 완벽한 명절을 보냈죠.”라는 대사처럼 자신의 의사를 밝히는 주관이 뚜렷한 며느리와 아직도 20세기 고부문화에 젖어있는 시어머니와의 갈등을 묘사한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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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작 후 모처럼의 여유를 갖고 있는 전승호 교수의 망중한(take time off and rela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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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정지우 감독의 <4등>이란 작품이다. 허구한 날 4등만 하는 아이의 고달픈 청소년기를 그린 일종의 인권영화이다. “난 수영이 좋은데, 꼭 1등만 해야 해요?”라는 아이의 대사에서 엿볼 수 있는 것처럼, 성적과 상관없이 수영이 좋아서 하는 아이와 1등 엄마가 되고 싶은 엄마사이의 대립을 그렸다.
그리고 가출청소년과 트랜스젠더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꿈의 제인>이란 영화이다. “방법을 모르겠어, 어떻게 하면 사람들과 같이 있을 수 있는지”라는 주인공의 말처럼, 또래무리에 어울리지 못하고 방황하는 10대의 모습과 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하고 소외되는 성소수자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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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확인 비행물체' 제작 스탭들과 출연진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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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무엇인가 이뤄냈어야 할 중년에 그것을 이루지 못한 채 방황하는 40대의 고민을 코미디와 삼류감성풀이로 버무려 놓은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이다. “늘 목말라 있었어요. 사랑은 몰라서 몰랐었고, 내가 좋아하는 일만은 나를 꽉 채워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목이 말라서 꾸는 꿈은 행복이 아니에요. 사는 게 진짜 궁금해졌어요. 그 안에 영화도 있어요.” 40살에 삶과 꿈을 잃은 그녀가 용기를 내어 다시 꿈을 찾는다는 이야기를 영상에 담은 영화이다.
김천에도 문화적 여유를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 많다. 시민들의 문화적 충족감도 높아졌고, 각종 공연과 전시회 등도 다채롭게 열리고 있다. 사람은 아는 만큼 느낄 뿐이며, 느낀 만큼 보인다고 한다. 예술을 비롯한 문화미라는 노력 없이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라고 말했던 옛사람의 말을 또 인용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