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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일반 사회단체

길은 만남이고 만남의 중심은 사람이다.

전영수 기자 입력 2022.12.11 12:29 수정 2022.12.11 12:29

행복가족 김천산악회, 겨울이 익어가는 울산 정자항 트래킹!!!

정자포구 겨울하늘의 갈매기 - Seagull

현재처럼 주어진 상황과 마음을 적확(的確)하게 표현할 수 없고, 다름과 차이 앞에서 혼란스러워 마음이 허물어져 내리던 날, 푸른 하늘의 '겨울바다' 노랫말처럼, ​겨울바다로 떠나고 싶어서 행복가족 김천산악회(회장 박판수) 울산 정자항 트래킹에 동행했다.



겨울바다 파도소리에 무거운 마음 빚(debt) 내려놓고, 중도(中道)의 마음으로 삶을 관조해보고 싶었다. 겨울 특유의 하얀 파도가 무겁고 공허한 마음을 달래주며, 기억조차 희미한 초심(初心)을 되살려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저 주어진 것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거나,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한숨을 쉬면서 지쳐가는 것이 아니라, 살고 싶은 삶으로 가는 길에 서 있고 싶었다. 길은 걸어감으로써 길을 만들기에, 정말 멈춰야 한다면 적어도 그 길에 서있고 싶었다.



왜 이 길을 선택했을까? 그러나 후회해도 소용없는 길을 간다. 비록 지금은 어두울지라도 길은 곧 밝아질 것임을 믿는 까닭이다. 겨울이 익어가고 일상이 선택일 수밖에 없는 한해가 또 저문다. 스스로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남은 날이라도 후회하지 않을 길을 걸어가자. 그것이 나답지 않을까?



화살이 과녁(bull′ eye)에 꽂히지 않으면 화살을 탓할 것인가, 과녁을 탓할 것인가, 단지 스스로를 돌아볼 뿐이다. 길은 사람을 떠나 있지 않다. 사람 너머에 길이 있다면 그것은 길이 아니다. 실체 없는 감정이지만, 그것에서 벗어나기란 쉽지가 않았다,



바다는 바람 부는 날이 더 아름답게 보인다. 바람이 부는 날, 바다표면은 들뜬다. 들뜬 파도는 뒤따르는 무리의 파도에 뒤를 돌아보지 못한다. 헐떡이는 파도는 하얀 거품으로 내면을 밝힌 채 뭍으로 쏟아진다. 마치 멸치 떼가 고등어의 추격에 시달리듯.



밀려오는 파도의 하얀 포말(泡沫)이 아름다웠다. 밀려오는 모습이 마치 인생을 말해주는 것 같아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포말은 본래는 그냥 물이지만 물이나 바위 같은 물체를 만나야 순간적으로 나타났다가, 본디 자신이 있던 곳인 바다로 돌아간다. 삶의 시련 또한 그러하다. 때 지나면 끝이 나겠지.



모래와 몽돌이 어우러진 블루로드를 끊어짐 없이 걸으면서 숱한 사람을 스쳐 지났다. 느림의 미학으로 느릿느릿 백사장을 거닐며, 바닷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바위틈에 삶터를 꾸린 소나무의 의연함을 바라보았다. 형언키 어려운 위로를 건네준다.



정자해변은 만지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가는 모래부터 자갈, 몽돌이 어우러진 해변으로 겨울바다 정취를 즐기려는 나들이객들이 많았다. 포구로 막 들어온 배에서 내려놓은 바다냄새가 풀풀 나는 싱싱한 참가자미와 생미역 거래가 이뤄지는 파시에는 어민들과 관광객들로 붐볐다.



빨간색 돌고래가 랜드 마크인 정자항은 1971년 국가어항으로 지정되었고, 대각미역, 정자대게, 참가자미 산지로 유명하다. 정자(亭子)라는 지명은 포구어귀24그루 느티나무가 낮밤 없는 물일로 지친 사람들의 쉼터 역할에서 유래한다. 정자마을은 2006년 해양수산부 ‘아름다운 어촌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간 “우리”라 말하면서도 실은 내가 더 소중했고, 가슴으로 사랑을 품지 못해 후회스런 시간들을 담은 한해도 저물고, 겨울바다가 노을에 풍덩 빠지려는 시각, 버스 7대에 분승했던 310명의 행복가족일행들은 김천으로 돌아가는 길을 잡았다.



인생의 목적지에 이르기엔 생은 상대적으로 짧고 해야 할 일은 차고 넘친다. 매순간을 후회 없도록 곧고 바른 삶을 흔들림 없이 걸어가야겠다. 모든 이는 행복해야 하며, 그 행복을 미루지도 말고, 남에게 양보도 하지 말고 당겨서 잘 써서 행복하기를 바래본다. 그 “행복가불”을 마음 한자리에 새겨둔다.



등 푸른 생선처럼 싱싱한 동해의 수평선과 세차게 몰려와 물거품이 되어 산산이 부서지는 파도소리가 평안하고 시원한 느낌으로 가슴을 뻥 뚫어주었던 하루였다. 고맙고 감사한 하루가 이렇게 어둠으로 이불을 덮는다. 내일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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