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사기로 인한 ‘전세보증금 미반환’ 피해가 속출하면서, 전세 사기는 사회적 재난급 이슈로 떠올랐다. 특히, 전세 사기로 처지를 비관 하다가 끝내 생(生)을 마감한 이들이 3명에 이른다. 과연 이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세상을 등졌을까? 그 생각의 깊이를 가늠이나 할 수 있을 까? 마음은 답답하고, 가슴이 먹먹하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사람들은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생활하고 있고, 전세 계약을 앞둔 예비 세입자들은 “내 보증금은 안전할까”라는 잠재적 두려움에 휩싸이고 있다. 이에 정부 책임론이 비등해졌고, 정부도 피해지원방안과 특별법 발의까지 관련 대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본지는 이미 지난 2022년 11월 23일에, “깡통전세, 전세 사기 피해방지와 전세보증금 보호에 대하여”라는 제하의 기사를 게재하며, 사안의 심각성을 지적한 바가 있다. 전세 계약은 우리 사회에 고착화된 임대차 유형이다. 시세차익, 투자목적의 피해를 임대인이 떠안는 것이 아니라, 세입자에게 전가하는 현재의 임대차 시스템은 분명히 문제의 소지가 있다.
깡통전세란 집주인이 대출금으로 주택을 매수한 상태에서, 지속적인 이자의 연체나 대출금 상환을 못해 집이 경매(競賣)로 넘어가거나, 담보(擔保) 등으로 임차인이 전세보증금을 받지 못하는 전세(傳貰)를 의미한다.
갭투자는 주택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주택을 구입해 가격이 상승했을 때 되팔아 수익을 챙기는 투자이다. 갭(Gap) 의미는, 주택매매가격과 전세보증금의 차이를 말한다. 갭만큼 즉, 매매가격에서 보증금을 뺀 만큼의 금액만 있으면 주택을 사는 것이 가능하다.
사회 초년생과 신혼부부 등을 노린 전세 사기는, 계약 당일엔 근저당, 가압류 등도 없는 등기부등본을 제시해 안심시키고, 계약 후에는 노숙자 등 경제적 능력이 없는 이들을 바지사장으로 내세워 등기부등본에 몰래 명의자를 변경한다. 전세 만기일이 되면 바지사장만 남고, 원래 집주인은 보증금을 챙겨 사라진다.
주로 시세를 속여 매매가보다 비싼 전세보증금을 받아 차익을 남긴다. 여러 채의 빌라를 갭투자(전세가를 안고 매매) 방식으로 사들인다. 매매가 대비 전세가(전세가율)를 알기 어려운 빌라 전세 사기가 많은 이유다.
우리 사회의 긴급현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전세보증금 피해를 사전에 방지하려는 의도에서, 전세 계약체결 시 주의해야 할 사항과 계약체결로 인한 전세보증금 보호 방법에 대한 예전의 칼럼 내용을 발췌 및 추가해 게재하고자 한다.
먼저, 전세 계약체결에 있어서 임대인의 등기부등본에 소유관계를 기재한 갑구(甲區) 소유권과 권리변동사항을 기재한 을구(乙區) 근저당권설정 여부를 확인 시, 말소사항도 포함해 확인해야 한다. 계약 직전 세금 압류가 풀렸는지, 경매로 넘어갈 뻔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그리고 건축물대장에 기재된 법규위반내용, 계약 후 임대인의 미납(未納)국세 유무, 세금 체납 사실 등을 확인해야 한다. 이는 국세징수법에 의한 압류재산 환가(換價) 조치인 공매(公賣)를 방지하려는 의도이다.
또한 전세보증보험 가입에 있어, 집의 시세(時勢) 및 보험가입 가능 여부를 파악해야 한다. 임차 공간이 근린생활시설이면 이유 불문하고 보험 가입은 불가하다. 그리고 '잔금일 이전에 매매계약할 경우 임차인의 동의를 구한다', '이를 어길 시 종전 소유자도 임대차보증금 반환의무를 연대해 지기로 한다'라는 특약을 기재하는 것이 좋다.
전세보증금을 보호하는 방법으로, 3가지가 있다. 대항력과 우선변제권 확보를 위한 확정일자와 전입신고, 전세권 설정등기 그리고 전세보증보험 가입이 그것이다. 임대인의 협조하에 이뤄지는 전세권 설정등기는 별론으로 하고, 확정일자와 전세보증보험에 대해서만 살펴보겠다.
전입신고 확정일자는 세입자(貰入者)가 해당주소(住所)에 살기 시작한 일자(日字)를 등록해 확정받는 것이다. 세입자가 계약기간 동안 정당한 거주가 가능하도록 임차권(賃借權)을 주장할 수 있어서, 경매(競賣) 상황이 발생해도, 자신의 보증금을 온전하게 변제받을 수 있다.
전입신고 확정일자는 이사일(移徙日) 기준 14일 내에 하지만, 우선순위(優先順位) 확보를 위해 이사 당일(當日)에 하는 것이 좋다. 집주인 동의는 필요 없다. 일자가 확정되면 효력이 발생한다. 확정 후에 주소전입을 나중에 신고하면, “다음날 0시”부터 효력이 발생하므로 같은 날 하는 것이 좋다. 행정복지센터에서 직접 하거나, 정부24나 인터넷등기소를 이용하면 된다.
전세보증보험은 전세 계약체결 이후, 계약의 종료시점에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경우, 전세보증금 반환을 책임지는 보험이다. 임대사업자등록 임대인과 계약은 의무가입이다. 보험료는 임대인 50%, 임차인 50%이지만, 일반 임대인과의 계약은 임차인이 100% 부담한다.
가입조건은 주택인도 및 전입신고, 공인중개사 확인(捺印)한 전세 계약서에 확정일자, 보증대상 주택건물 및 토지가 동일 임대인 소유, 보증대상 주택소유권에 대한 권리침해(경매신청, 압류, 가압류, 가처분 및 가등기)가 없을 것, 전세 기간이 1년 이상 남아 있을 것, 전세보증금이 대출이면 신용대출은 가능하나 질권설정, 담보대출, 채권양도, 통지된 전세대출은 불가하다.
준비서류는 확정일자 받은 전세 계약서, 전세보증금 납부확인서류, 해당 주택의 등기부등본(등기사항전부증명서), 주민등록등본 및 신분증, 전입세대열람내역서 또는 임대차사실확인서 등이 필요하다.
서울보증보험(SGI)은 전세금보장 신용보험상품에 가입하는 것이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한국주택금융공사(HF)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을 서준다. 가입 대상은 아파트, 다세대(연립), 단독주택, 다가구, 주거용 오피스텔 등이지만, SGI 도시형 생활주택, HUG 노인복지주택, HF 도시형 생활주택, 노인복지주택이 그 대상이다.
보증금액은 SGI 아파트는 제한 없고, 일반주택은 10억 이내로 보증금 전액을 가입해야 하며, 일부 가입은 안 된다. HUG 수도권 전세보증금 7억 이내, 기타 지역 5억 이내로 보증금 한도 내에서 신청한 금액이다. HF 수도권 전세보증금 5억 이내, 기타 지역 3억 이내이다.
그러나 주의할 점은, 전세 사기 피해를 줄이기 위한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이 전세 사기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보증보험 가입 시 전세금 전액을 보장해준다는 점을 악용해 매매가 이상의 전세 계약을 체결하거나, 임대인을 신용불량자 등으로 교체해 기획 파산을 발생시키고 HUG에서 전세금을 받도록 하는 수법이 횡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세 사기가 발생하면, 국가재정손실과 임차인의 피해가 상당하다. 전세금을 반환받더라도 전세금을 받기까지 걸리는 기간 전세대출의 이자 및 연체 이자와 내용증명, 공시송달을 위한 법무비 등을 부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