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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화남시조시인 <제10회 김상옥백자예술상> 신인상 수상

김희섭 기자 입력 2024.05.13 19:56 수정 2024.05.13 19:56

 우리지역에서 활동중인 박화남 시조시인이<제10회 김상옥백자예술상>에서 신인상을 수상했다. '초정(김상옥)기념사업회‘(유족대표 김홍우)는 11일 '제10회 김상옥백자예술상'본상과 신인상 그리고 올해 처음 제정한 '제1회 선정주시조문학상'수상자를 발표했다.


‘박화남의 시조는 관계를 사유하면서 상처를 다스리고 부스러지기 쉬운 삶을 일으켜 세우려는 예지를 표현하는 과정이 매우 힘차다. 쉽게 삶을 낙관하지 않으나 역동적인 기운으로 희망을 노래하려는 의지의 율동에서 시인의 내적 공력을 확인하기 어렵지 않다’.는 심사평을 받았다.
한편 김상옥백자예술상은 초정 김상옥 선생님의 문학정신을 기리기위해 2015년 재정돼 김상옥백자예술제(올8월 예정)행사의 일환으로 수상자를 내고 있다.

<약력> 계명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석사 졸업. 2015년 《중앙일보》 중앙신인문학상 등단. 한국동서문학 작품상 수상(2019). 우수출판콘텐츠 제작지원 사업에 선정 되어 『황제펭귄』(2020) 발간. 천강문학상 시조부문 우수상(2022) , 《중앙일보》 중앙시조신인상 수상(2022), 서울문화재단 창작집 발간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맨발에게』(2023) 발간.

<수상작품>
해변의 나이테
박화남

깊이 새긴 말이라도 멈춰있고 싶지 않다
소문을 숨겨놓은 느티나무 그늘은
말없이 접어놓은 말
푸른 잎을 틔웠다

마음껏 달려가 그 소문을 지웠지만
파도만큼 모래만큼 깊이는 그대로다
노트북 열어놓으면 그 때로 돌아갈까

앞만 보고 뛰어서 뒤처졌던 이십 대
커피숍 벽에 걸린 해변의 그림자들
지친 말 내려놓는다
기억도 잊을 수 있게

커피는 딱딱하고 얼음은 잔잔하다
바다는 제자리에 테두리가 생겼다
수평선 그 너머까지 누군가 다녀갔다

-신인상 수상소감/박화남

파도 한 번에 온몸이 젖은 듯 갑작스러운 소식을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맨발로 걷는 발바닥의 감촉이 미세한 모래의 언어를 모두 읽어내지 못했지만 떠오르지 않는 생각들이 바다에 잔잔했습니다.

선정된 「해변의 나이테」를 보며 오래된 바다를 다시 가봅니다. 해변의 옆구리에 파도가 다녀갈수록 둥글어지는 테두리. 나이를 깎아 먹으며 모래는 조금씩 바다에 스며들고 나이와 나이 사이를 미세하게 끌고 가는 해변에서 푸른 잎을 틔우고 싶었던 나의 말들.

교과서에서 익숙했던 이름의 상을 이렇게 받게 되어 영광입니다. 작년 겨울 통영에 왔을 때 초정김상옥거리를 걷다가 선생님을 뵈었습니다.
사람들은 버스를 기다리고 선생님은 시를 기다리며 앉아 계셨습니다. 책을 잡고 있는 손이며 옷매무새, 구두, 모자와 머릿결까지 눈에 넣다가 감히 오래 눈을 마주쳤습니다.

작년 대구시조 하계세미나 때 초정 김상옥을 읽는 열여섯가지 일화를 이종문 선생님의 발표로 초정 선생님을 더 알게 되었습니다. 「억새풀」을 붙잡고 수십 년을 고심하여 ′그 가을 그 억새′를 ′그해 가을 그 억새′로 고쳤다는 일화에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한 글자까지 정성을 들이고 여백까지 함부로 다루지 말라는 선생님의 정신을 오래 새기겠습니다.

초정기념사업회 운영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리며 뽑아주신 심사위원 선생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나이테가 하나 더 생겼습니다.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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