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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종합 종합일반

여성수필

김천신문사 기자 입력 2004.05.24 00:00 수정 0000.00.00 00:00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
(이영희)

여러해전 성탄절이 며칠 남지 않았을때 우리 집에는 정말 예상치 못한 IMF의 태풍이 몰아쳤다. 남편의 사업이 부도가 나고 시어른들을 모시고 살던 나는 남편도 없이 혼자 감당해 내기에는 숨이 멎을 정도로 힘이 들었다.
세상 물정 모르고 남편이 가져다 주는 돈으로 알뜰하게 살림하고 애들만 잘 키우면 그게 행복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았는데.
성당에서 수녀님과 자매님들이 기도하러 오시고 위로의 말씀으로는 재물을 잃은 것은 가장 작은 것을 잃은 것이라고 했다.
가족 모두가 건강하니까 언제든지 재물은 다시 얻을 수 있다고.
너무나 좋은 말씀들을 많이 하셨지만 내게는 들려오지 않았다.
난 지금 죽어도 빚만 없으면 좋겠는데 하는 마음뿐이었다. 그때부터 그 말이 옳았다는 것을 깨달을 때까지 오랜 세월이 걸렸다.
정말 열심히 기도를 했고 할 때마다 하느님께 바라는게 너무 많아 기도 중에 잡념만 들었지 집중이 되지 않았다.
엄마만 하늘같이 믿고 새까만 눈망울을 굴리며 세상 모르고 밝게 자라는 두 아이를 볼 때마다 가슴이 미어졌고 어떻게 해서라도 잘 키워야겠다는 생각에 새벽부터 일어나 저녁 잠들 때까지 내 몸 하나 고달파도 돈이 되는 일이라면 닥치는대로 했다.
그래도 내게는 희망이 있기에 피곤한 줄도 몰랐다.
내가 지쳐있을 때쯤이면 딸아이가 내게 희망 하나씩을 안겨다 주었고 그럴 때면 더 힘을 얻어 내 몸 힘든 줄 모르고 뛰어온지 벌써 6년이 지났다. 그렇게 조그만 눈망울을 굴리던 아이들도 중학생이 되고 초등학생이 되고 각자 제 자리에서 의젓하게 제 몫들을 충실하게 하고 있음이 너무 감사하다. 이제는 내가 또 나처럼 어려움에 처해 있는 사람들에게 말할 수 있다. 재물을 잃은 것은 가장 작은 것을 잃은 것이라고.
가족 모두가 건강하면 재물을 얻은 것보다 더 큰 것을 얻은 것이나 다름 없다고.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가족’이라고 말이다.
좀 늦은감이 있지만 항상 부족하고 욕심 많은 나를 격려해 주시고 기도해 주신 모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린다. 그리고 그분들을 위해 이제는 내가 매일 기도드릴 것이다. 그분들 모두의 가정에 하느님의 은총이 가득 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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