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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김천신문 |
바람의 풍경
억새의 목울대로 울고 싶은 그런 날은
그리움 목에 걸고 도리질을 하고 싶다
있어도 보이지 않는 내 모습 세워놓고
부대낀 시간만큼 길은 자꾸 흐려지고
이마를 허공에 던져 비비고 비벼 봐도
흐르는 구름의 시간 뜨거울 줄 모른다
내려놓고 지워야만 읽혀지는 경전인가
지상에 새긴 언약 온몸으로 더듬지만
가을은 화답도 없이 저녁을 몰고 온다
심사를 맡은 이근배 홍성란 두 시조시인은 ‘현대인의 고독 억새에 버무려…쓸쓸함의 상투성 벗어난 절창’이라는 제목의 심사평을 통해 김석인의 시조작품을 당선작으로 결정한 배경을 “최소의 언어로 최대의 효과를 내야 하는 시조의 미학을 살린 때문”이라고 밝혔다.
현대인의 소외와 고독을 억새밭에 이는 바람과 바람이 변주해내는 풍경으로 은유한 당선작은 낯선 발화에 실린 유려한 시어 구사가 돌올(突兀)했다. 시조의 유연성을 잘 보여주는 이 작품에서 “이마를 허공에 던져 비비고 비비”는 억새는 “있어도 보이지 않는” 나를 표상한다. “화답도 없이 저녁을 몰고” 오는 “가을” 속에 “내 모습”은 간데없으나 개성적 어법으로 쓸쓸함의 상투성을 벗어난 절창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김석인 시조시인은 ‘시조로 세상을 더듬은 지 7년… 시린 가슴 시원하게 닦습니다’ 제목의 당선소감을 통해 “돌아보면, 걸어온 길은 바람의 길이었다”고 밝히고 “무수히 흔들리면서도 예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무의식중에 바람의 보법을 권법처럼 익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저 어지러운 지각의 얼룩을 핥는 바람의 혓바닥으로, 오늘은 두근거리는 시린 가슴을 시원하게 닦는다”고 기뻐했다.
1960년 경남 합천에서 출생해 경북대 철학과 졸업한 김석인 시인은 현재 김천중 교사로 재직하고 있으며 그동안 이조년전국시조백일장과 중앙시조백일장에서 장원을 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