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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김천신문 |
김천 출신 김종태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오각의 방’(세계사시인선 163)이 출간됐다. 첫 시집 ‘떠나온 것들의 밤길’에서 고독한 영혼의 방황을 아름답게 형상화했던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그 심화된 양상과 아울러 생사에 대한 깊은 사유를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겨울나무들의 신발은 어떤 모습일까, 쓰러진 나무는 맨발이고 흙 잃은 뿌리들의 마음은 서서히 막혀간다 차마고도를 온 무릎으로 기어넘은 듯 가죽등산화가 황달을 앓는 뇌졸중 집중치료실, 수직의 남루와 사선의 슬픔 사이로 스미는 잔광에 빗살무늬 손금이 꼬물거린다”
표제 시‘오각의 방’ 일부분이다.
시인은 뇌졸중집중치료실에서 삶과 죽음 그 사이에서 파동하는 생명의 간절한 목소리를 읽어낸다. 쓰러져 누워있는 주인공처럼 우리 모두는 죽어가고 있는 동시에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대한 사유는 “시뻘건 핏덩이가 고여 말라 있는 해안선 그 위로/포경선을 띄워야 할 이 파랑 언덕 거슬러, 돌아가느냐 고래야”(‘고래의 자살’ 부분)라는 구절에도 보인다. 생명의 질서에 대한 탐색은 자신에 대한 존재론적 탐색과 연결된다.
“오만 가지 내 생각은 어떤 윤회의 후생으로 여기까지 왔는지요 어디까지가 나의 기억이고 어디까지가 나 아닌 것들의 추억인가요 이생의 마음과 후생의 몸은 늘 허공의 전선처럼 수평이어야 하나요 멈출 듯 멈출 듯 심장은 아침마다 다시 깨어나네요”
시인은 전통서정과 모더니즘을 조화시키는 시쓰기를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방법론은 시인 스스로 창작의 전범으로 삼았다고 말한 바 있는 정지용 시인의 시작 방법과 상통하는 듯하다. 시인은 정지용 전문 연구자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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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집에 관해 유안진 시인(서울대 명예교수)은 추천사에서 “치유와 초극의 시정신은 고뇌와 상처의 여정이 이룬 감동적인 결실이라 할 만하다. 김종태 시인의 시가 지닌 역동적인 움직임을 흐뭇하게 바라”본다고 했으며 유성호 평론가(한양대 교수)는 해설에서 “삶의 이면적 비의를 깊이 통찰하고 그 안에서 존재론적 깨달음의 과정을 투명한 전언으로 들려주는 실존적 고백록이다”고 설명한다.
‘오각의 방’을 발간한 김종태 시인은 고려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8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한 이후 시인과 평론가로 활동하면서 시집 ‘떠나온 것들의 밤길’, 평론집 및 연구서 ‘문학의 미로’ ‘한국현대시와 서정성’ 등을 발간했다. 제4회 청마문학연구상을 수상한 김종태 시인은 현재 호서대 한국어문화학부 문화콘텐츠창작전공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