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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김천신문 |
세월호의 아픔을 같이해서인지 요즘 아침의 길거리가 그리 시끄럽지는 않습니다만 그래도 붉은색, 파란 색, 또 다른 원색의 옷들을 입고 길가에 도열하여 절을 하고 손을 흔들어 자신을 알아달라고 외치는 모습이 그리 반갑게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세월의 아픔을 공감하니 그렇겠지만 확성기를 이용하여 악다구니하는 잘 나가는 사람과는 달리 큰소리 한번 하기 힘든 무명의 후보들이야 억울한 마음도 있겠지요. 그러나 관광버스에서의 노래에 가사만 바꾸어 온 동네를 혼란에 빠트리는 것 보다야 백번 바람직한 선택입니다.
그러나 막바지에 이르면서 선거운동이라면서 저지르는 불법이 날이 갈수록 심해집니다. 도로교통법에 엄연히 주차가 제한된 안전지대에 종일 유세차량을 세워놓는 여당의 후보들, 유세차량에 90% 이상을 얼굴이나 구호로 도색한 막강한 여당의 불법들, 아무리 심한 주차 얌체족이라도 하지 않는 로터리 혹은 접속도로의 도로의 장시간 주차 차량들…….
선거기간동안 한국의 도로교통법은 그 기간 동안은 효력이 제한되는 한시법인지요?
더구나 입 아프게 법질서니 시민의 안전이니 시민우선이라며 제일 큰 글자로 자신을 선전하는 사람들이 앞장서서 범법하는 이 모습을 우리는 어떻게 답해야할까요.
짜증스럽게 울리는 벨소리와 한 표 청하는 전화로 아예 ‘전화기를 내려놓고 있다는 사람’을 보았습니다.
언덕길을 돌아오는 커브를 운전하다가 도로에 붙어있는 차량을 언덕에 올라가 내려가려는 순간 발견하고 급히 핸들을 돌리는 ‘아찔함을 말하는 사람’을 보았습니다.
평소의 소위 개차반 같은 행동으로 입에 오르내리던 사람이 성자가 된 청소부를 보았는지 쓰레기 줍는 모습을 보고는 ‘추하다는 말을 하는 사람’을 보았습니다.
이토록까지 찌질(?)할 수 있는가 싶습니다. 상대 후보의 아내가 선거운동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입에 담기 힘든 모략을 뒤집어씌우는 서울시장 후보의 모습과는 달리 자식 동원은 물론이요 그 딸이 ‘딸’이라는 글자를 등에 한가득 채워 한 표를 외치는 모습도 그리 아름다워 보이는 풍경이 아닙니다.
며칠 전 우리 동네와는 먼 지역의 어떤 후보가 선거운동을 잠시 접어주고 퉁소와 대금으로 여름이 오는 밤을 주민과 같이 맞이하고 있다는 소식을 보았습니다. 그러면서 가장 선거운동다운,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선거운동이라는 신문의 평과 더불어서 말입니다.
우리 동네도 그와 비슷한 모습을 보았습니다. 음악을 잃어가는 도시(?)에 공원으로 만들어진 저수지 한 구석에서 노래하는 후보, 가던 길을 멈추고 손뼉으로 화합하는 시민의 모습도 있습니다. 선거운동이겠지만 자전거에 어린이들을 태우고 이리저리 다니면서 좋아하는 후보들의 모습도 보았습니다.
불법이 판을 치고 불법을 해서라도 눈에 띄고 당선만 하면 모든 것은 모든 잘못은 없어진다는 추악한 질서무시, 법 무시 대신에 우리가락이나 기타의 음율에 맞추어 흥얼거릴 수 있는 문화가 우리 선거에도 널리 펼쳐졌으면 합니다.
그래서 제발 선거기간이라면 그리 잘생기지도 않은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온통 거리를 감싸는 혼란보다는 작은 음악회가 열리고 우리 노랫가락으로 춤과 노래의 축제가 되는 선거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최소한 시민들이 사는 삶의 모습이 조금이라도 나아지는 선거법을 어기는 힘 있는 사람의 외치는 소리가 아니라 노래와 가락으로 귀를 끄는 선거. 남의 잘못을 이 잡듯 뒤져내고는 침소봉대하여 출마한 사람이란 범법자, 후안무치 족, 파렴치한이라는 ‘덜 떨어진 인간들’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대신 같이 즐거워하고 같은 마음으로 춤추고 노래하며 ‘살아가는 이웃’이라는 생각이 드는 선거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