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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솔하고 쉬운 글로 시적 진정성을 탐구해 온 이승하 시집 ‘불의 설법’이 서정시학 시인선 93으로 발간됐다.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으로 등단한 이승하 시인이 ‘사랑의 탐구’, ‘우리들의 유토피아’, ‘욥의 슬픔을 아시나요’, ‘폭력과 광기의 나날’, ‘박수를 찾아서’, ‘생명에서 물건으로’, ‘뼈아픈 별을 찾아서’, ‘인간의 마을에 밤이 온다’, ‘취하면 다 광대가 되는 법이지’, ‘천상의 바람, 지상의 길’에 이은 열한 번째 시집 ‘불의 설법’을 발간한 것.
이승하 시집 ‘불의 설법’은 ‘붓다의 생애’, ‘향가를 다시 읽다’ 등 2부로 구성돼 있다. 1부는 부처의 생애를 그린 36편의 시가 수록됐다. 이승하 시인이 지난해 인도를 찾아 부처가 법을 구하러 걸었던 길을 더듬어 시로 쓴 것이다. 이 시인이 본 부처의 삶은 ‘길’에 있다. 서른 무렵 출가의 길에 나선 부처는 길에서 제자를 만나고 길을 가다 멈춰 도를 깨우치고 길에서 생을 마친다.
마부 차익아/ 생로병사 그 비밀을 모른 채 살아간다면/ 살아도 산 것이라 할 수가 없고/ 죽어도 살아보았던 것이라 할 수 없겠다/ 나 이제 궁중으로 가지 않으련다/ 세상의 모든 길을 내 집으로 삼겠다고 전하여라’
이번 시집에 수록된 ‘집과 길’ 마지막 4연이다.
2부에서는 ‘삼국유사’ 설화에 나오는 향가 14수와 ‘화랑세기’에 나온 향가 1수를 시인의 눈으로 재해석했다.
재물에 눈이 먼 중생에게 인생의 참뜻과 바른 길을 제시한 ‘우적가(遇賊歌)’는 옛 노래에서 영감을 얻어 현실 세계의 부조리를 풍자하고 있다.
우적우적 씹어 삼킨 재물이/ 지옥으로 떨어지는 근본임을 모른 채/ 내 배 채우기 위하여 남의 등을 치는// 썩은 심장들은 어딜 가나 있더라/ 구린 혓바닥은 어딜 가나 있더라/ 목탁 소리 설교 소리 아무 소용이 없는
“2013년 2월에 네팔과 인도 여행을 했습니다. 붓다의 발자취를 그대로 따라가는 여행이었습니다. 생존과 죽음이, 풍요와 기아가 공존하는 곳에서 붓다는 괴로워했기에 깨달았을 것입니다. 산다는 것과 죽는다는 것의 의미를 캐내어 어떻게 사는 것이 산다고 할 수 있을지, 그 뜻을 펴보려는 사람들 앞에서 설법했을 것입니다.”
이승하 시집 ‘불의 설법’에 수록된 ‘시인의 말’ 앞부분이다.
현재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김천 출신 이승하 시인은 시집 외에도 ‘한국 현대시 비판’, ‘백 년 후에 읽고 싶은 백 편의 시’, ‘이승하 교수의 시 쓰기 교실’ 등의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