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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천신문 |
송태준(69세)씨가 농민신문 신춘문예에 당선했다. 삼락동 출신으로 김천중·고를 거쳐 서울대 사학과와 같은 대학 행정대학원을 졸업한 뒤 행정고시를 거쳐 20여 년의 공직생활과 한국신용평가 사장을 역임한 송태준씨가 시조‘다산(茶山), 마임 무대에 선’으로 농민신문 신춘문예에 당선한 것.
천 리 밖 매운 탄식이 돌옷 거뭇 배어 있는/ 신새벽 화성(華城) 안길 헤집는 손수레 한 대/ 거중기 발치에 쌓인/ 야사(野史) 더미 고른다// 빈 박스, 빈 깡통에 빈병서껀 넝마 조각/ 체념하듯 되돌아와 널브러진 성벽 위로/ 한잠 든 사직을 깨워/ 뒤척이는 깃발 소리// 도돌이표 궤도 위를 수레는 굴러가나/ 받아든 푼돈 온기로 세밑 바람 뚫고 가는/ 판박이 목민(牧民) 앞에서/ 혀 차는 다산 줌 업// 휴! 긴 숨 몰아쉬며 한 평 쪽방 찾아드는/ 노인의 굽은 등 위 펄럭이는 열두 만장(挽章)*/ 긴 심서(心書) 적어가던 붓/ 그예 꺾고, 암전(暗轉)이다
*자살률 세계 1위 대한민국에서는 매일 평균 12명의 노인이 자살한다.
당선작 ‘다산(茶山), 마임 무대에 선’ 전문이다.
박기섭·김일연 시인은 ‘다산 새로 쓴 사유 깊이·완성도 탁월하다’는 제목의 심사평을 통해 “역사의 현재화, 형식의 자기화에 투철한 작품”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송태준의 ‘다산, 마임 무대에 선’은 발상이 광고(曠古)하다. 다산을 노래한 작품은 쌔고 쌨지만, ‘마임 무대에 선’ 다산을 읽은 기억은 없다. 무대는 다산이 거중기를 만들어 축조한 수원화성이다. 그곳에 버려진 ‘빈 박스, 빈 깡통에 빈 병서껀 넝마 조각’을 ‘한잠 든 사직’에 접목한다. 역사의 변전과 반복이다. 이 작품이 보여주는 메시지의 진정성은 ‘받아든 푼돈 온기로’ ‘한 평 쪽방 찾아드는/ 노인의 굽은 등’에 있다. ‘긴 심서 적어가던 붓/ 그예 꺾고’ 맞는 ‘암전’. 여기서 작품은 끝나지만, 그것은 또 다른 작품의 시작이다.”
송태준 사장은 당선소감을 통해 “낮은 노래로 상처받은 곁들 위로하고프다”고 했다.
“현직에서 물러나 이순도 깊어질 즘 마른 풀처럼 삭아드는 둘레가 못내 겨워 시조의 길에 들었습니다. 그 갈한 가슴의 분출일까요? 밤을 지새우는 습작을 이어가며 까짓 한두 번이면 되겠지 하고 뛰어든 신춘문예의 늪에서 허우적대기 5전 6기, 이제사 작은 증표 하나 받듭니다. 졸작에 방점을 찍어주신 심사위원님과 농민신문에 깊은 감사 말씀 올립니다.”
송태준씨는 그동안 한밭시조백일장·공무원문예대전·님의침묵백일장·개천문학상 등에서 시조부문에 장원을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