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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문화·음악 예술

김천이 낳은 서양화가 하반영

권숙월 기자 입력 2017.02.05 13:42 수정 2017.02.06 01:42

‘냇가 논 반마지기에 어룽거리는 그림자’
13세 때 조선미술전람회 최고상 수상한 동양의 피카소

ⓒ 김천신문
 동양의 피카소로 불리는 서양화가 하반영은 1918년 3월 1일 남면 초곡리에서 태어났다.

 일곱 살 때 붓을 잡아 서예와 수묵화를 익힌 하반영 화가는 열세 살 때 조선총독부가 주최한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최고상을 수상할 정도로 화가로서의 재능이 뛰어났다.
 “너는 이제 우리 자식이 아니다.”
 조선미술전람회에서 한다하는 어른들을 제치고 시골소년 하구풍(본명)이 최고상을 수상했을 때 집안 어른들의 반응이었다.

 일찍이 서당 훈장도 그가 그림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음을 알아봤고 일본인 선생들도 앞 다퉈 그를 일본에 데려가려고 했다. 그런데도 유독 그의 집안에서만 “그림은 아래 것들이나 하는 짓인데 어디 양반 집안에서 상스럽게 그림을 그린단 말이냐”며 되레 심하게 꾸짖었다.
 결국 소년은 집을 뛰쳐나가 남의 집 머슴살이, 부두의 막노동, 간판집 허드렛일을 하면서 독학으로 그림을 그렸다. 
 
 나중에 부모가 찾는다는 소문이 들리자 이름을 하반영으로 바꿔버렸다. “하반영은 ‘냇가 논 반마지기에 어룽거리는 그림자’라는 뜻이지요. 저의 부모는 만석꾼이었으나 집을 나온 나는 가난한 화가의 길을 걷고 있으니 이 이름이 잘 어울린다 싶어 그렇게 지었지요.”

 서양화가 하반영은 일제 말기의 혹독한 질곡과 해방공간의 혼돈, 6·25의 비극을 견디면서 열심히 그림을 그렸다. 하루라도 그림을 그리지 않으면 못 견뎌 끼니도 잊고 수 삼일씩 그림만 그리기도 했다.

↑↑ 하반영 화가 부부
ⓒ 김천신문
 그는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 초창기부터 연속 일곱 번이나 입상했으나 세상에 나오지 않았다. 강원도와 충청도 산골에 들어가 텐트 속에서 추위와 굶주림, 더위와 고독을 참으며 그림에 매달렸다.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의 배려로 프랑스로 건너간 그는 세계 최고 권위의 프랑스 국전인 르 살롱전에서 금상을, 미국미술평론가협회 선정 우수작가상을, 일본 이과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함으로써 세계적인 화가가 됐다. 국위를 선양한 이런 화려한 수상 소식은 안타깝게도 대한민국 지면 어디에도 소개되지 않았다.

 2년 전인 2015년 1월 25일 전북 전주에서 9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붓을 놓지 않은 하반영 화가. 2012년 대장암 수술 후에도 작업실을 겸한 전시실에서 하루 3~4시간씩 붓을 잡고 창작활동에 매진하면서 99세가 되는 해에 ‘백수전’을 열 계획도 세웠던 화가였다.

 고인이 된 하반영 화가의 지론은 “많은 사람이 미술품을 공유해야 된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2013년 작품 100점을 군산시에 기증했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는 중국 초청으로 ‘하반영 90세 베이징전’을 열어 수익금을 쓰촨성 지진 피해자와 장애인들을 위해 기부했다.

ⓒ 김천신문
 고 하반영 화가의 그림은 국내외 여러 곳에 소장돼 있다.
△박정희 대통령 집무실에 ‘풍경’△김대중 대통령 주문으로 청와대에 ‘갈대’ 등 3점 △김영삼 대통령 ‘감’ 등 3점 △김옥숙 여사(노태우 대통령 영부인) ‘나그네’ 등 △정주영 회장, 울산 전시회 두 번 모두 현대에서 전량 매입 △삼성 홍라희 여사 ‘추상’ 등 6점 △송월주 스님(전 조계종 총무원장) △유인촌 전 문공부 장관 ‘갈대’ 등 △삼성그룹 ‘갈대’ 등 50점 △대우그룹 ‘비자 없는 나그네’ 등 50점 △한국마사회 ‘돌담길’ 등 50점 △군산시 기증 100점 장미갤러리에 상설 전시 △기타 여러 박물관 등.
하반영 화가의 그림은 미국 뉴욕미술관, 프랑스 국립박물관 등 해외에도 수십 점이 전시돼 있다.

 일제강점기 동광미술학원과 프랑스 파리 제8대학 미술학부를 수료하고 서예전 2회, 수묵화전 10회, 국제전 150회, 개인전 50회, 해외초대전 10회, 외국 스케치여행 12회 등이 있는 하반영 화가.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 입선 연7회, 목우회 공모전 특선 연3회 등이 있는 하반영 화가의 붓질은 구불구불한 고향길을 닮았다. 고향집이 보이면 마음에는 평화가 찾아오고 고민과 번뇌는 씻은 듯 사라진다는 하반영 화가의 그림은 사람들이 갈구하는 원초적 그리움인 정, 순수, 자연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그것은 하반영 화가가 자연에 대한 가감 없는 생각을 표현하려 했기 때문. 자연은 스스로를 숨기거나 꾸미는 법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이 대한민국 문화예술계에 큰 족적을 남긴 김천이 낳은 천재 화가 하반영의 삶과 예술세계를 재해석하고 작품을 보존, 전시하기 위한 기념관이 세워져야 한다는 것이 뜻있는 인사들의 말이다.

 하반영 화가의 수준 높은 작품을 전시해서 시민들이 예술세계에 빠져들 수 있도록 함은 물론 전국 미술애호가들이 즐겨 찾는 공간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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