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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문화·음악 예술

김천인이 낸 책- 문혜진 세 번째 시집 ‘혜성의 냄새’

권숙월 기자 입력 2017.02.11 09:02 수정 2017.02.14 09:02

‘검은 여자’ ‘지상의 젖가슴’ ‘외뿔고래’ 등 80편 수록

ⓒ 김천신문
문혜진 시집 ‘혜성의 냄새’(민음사)가 발간됐다. 봉산면에서 태어나 1998년 ‘문학사상’으로 등단한 문혜진 시인의 ‘질 나쁜 연애’, ‘검은 표범’에 이은 세 번째 시집 ‘혜성의 냄새’는 ‘누군가 내 잠 속을 걷는다’, ‘검은 여자’, ‘지상의 젖가슴’, ‘외뿔고래’ 등 80편의 시가 4부로 나눠 편집됐다. 

 ‘검은 표범 여인’ 이후 10년 만에 낸 ‘혜성의 냄새’를 보면 시인의 사유는 좀 더 폭이 넓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포름알데히드·메탄·암모니아 등 혜성의 구성성분을 분석하고 냄새를 상상해본다. 그렇게 본질을 묻는 혜성은 인간과 우주를 잇는 매개다.
“암모니아// 그날 밤,/ 그 냄새는/ 내 몸 속 어두운 구석에서 시작되었다/ 고름 고인 이빨 사이/ 가랑이 사이/ 땀구멍/ 털 속/ 림프관에서 시작되었다/ (…)/ 아파트 15층 옥상,/ 벽돌 수직 낙하/ 퍽!/ 피투성이 얼굴/ 그 위로 훅 끼쳐오는/ 불타는 혜성의 냄새”
 표제작 ‘혜성의 냄새’ 일부분이다.

 이 시집엔 이런 시도 있다.
 “플라스틱 물통에 담아 온 직지사 버들치/ 버들치가 죽었다/ 엄마, 물고기가 나무가 되었어요!/ 나는 창밖에 서 있는 버드나무들을 바라본다”
문혜진 시집 ‘혜성의 냄새’에 수록된 ‘KTX에서’ 전문이다.

 작품 해설은 허희 문학평론가가 썼다.
 “지금 없는 것의 있었던 흔적, 당연히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의 없었던 자취를 몇 백 년 전 먼저 더듬어 갔던 사람이 바로 햄릿이었다. 그의 존재론적 고뇌와 방법론적 성찰을 문혜진은 ‘혜성의 냄새’에서 시적으로 전유한다. 몇 백 년이 지나도 우리의 의도와 기대를 배반하는 인생이란 어쩔 수 없이 비극에 가깝다는 사실이 변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종종 역설의 화법으로 말한다. “나는 뜬눈으로 죽지 않겠다/ 나는 뜬눈으로 죽을 것이다”(‘스피팅코브라식 독설’) 그럼으로써 문혜진은 살면서 죽고 살아 부지하면서 죽어 없어지고 존재하면서 존재하지 않고 이대로인 채 이대로가 아니게, 그것이 문제이면서 문제가 되지 않도록 한다. 가능한 결정의 틀린 상태가 아니라 불가능한 미결정의 정확한 상태로.

 그동안 김수영문학상 등을 수상한 문혜진 시인의 ‘혜성의 냄새’ 책값은 9천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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