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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천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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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집 ‘나무 앞에서의 기도’(케이엠)가 발간됐다.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의 이승하 시인이 이번에 발간한 시집 ‘나무 앞에서의 기도’에는 ‘아름다운 부패를 꿈꾸다’, ‘새들은 죽어도 묘지가 없다’, ‘소가 싸운다’ 등 64편의 시가 3부로 나눠 편집됐다. ‘나무, 생명’, ‘문명, 죽음’, ‘인간, 아픔’을 주제로 나눠 편집된 것.
단 한 마디 아내가 남긴 말/ 화장해 나무 밑에다 묻어주세요/ 죽음을 눈앞에 두고/ 세상의 거름 될 생각을 했다// 나무의 허락을 받지 않고/ 나무에게 용서를 구하지 않고/ 나무를 베어 별장을 지었지 그대와 나/ 나무를 베어내 책을 쓰고, 이사할 때 책부터 버렸지/ 나무가 사라지니 둥지도 사라지고// 뼛가루 땅에다 묻고/ 두 아이 손을 잡고 나무 앞에 둘러서서/ 고개 숙이고 기도했다/ 내 아내 잘 부탁한다/ 더 푸른 녹음과 더 아름다운 단풍으로 다시 살아갈 수 있게 해주길// 아내처럼 키만 큰 나무/세 사람 내려다보며/ 지나가는 바람을 온몸으로 털어낸다/ 이 겨울, 바람의 길을 안다는 듯/ 모든 생명의 길을 안다는 듯
사실과 달리 상상으로 썼다는 표제 시 ‘나무 앞에서의 기도’ 전문이다.
최성각(작가·환경운동가)은 우정의 글(해설)을 이렇게 썼다.
“15년 동안 쓴 시들을 묶었다는 이 시집의 도처에서 나는 거듭, ‘착한 이승하’를 본다. 어린 시절 여동생 사건으로 비롯됐을 것으로 짐작되긴 하지만 오랜 세월 정신병원, 교도소, 구치소, 요양원 등지를 찾아다니며 그가 할 수 있는 가능한 일을 다 하고 있는 이승하. 그는 그 일을 ‘봉사’라고 하지만 왠지 갑의 냄새가 나는 ‘봉사’든, ‘동참’이나 ‘연대’든 그것은 어쨌거나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는 실천이다. 두 달도 2년도 아니고 수십 년이면 이것은 장난이 아니다. 실천하는 이 앞에서는 누구나 말을 멈추고 그 실천의 세월 앞에서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이승하를 시인으로서보다는 ‘한 인간’으로서 거의 경악하고, 탄복하는 마음이 있다.”
현재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이승하 시인은 그동안 ‘욥의 슬픔을 아시나요’, ‘생명에서 물건으로’, ‘인간의 마을에 밤이 온다’ 등의 시집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 평론집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등을 발간했다.
이승하 시인은 한국문예창작학회 회장, ‘문학나무’, ‘문학에스프리’ 등의 편집위원을 맡고 있다.
147쪽 분량의 이승하 시집 ‘나무 앞에서의 기도’ 책값은 9천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