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있었던 한나라당과 대구시와의 당정협의는 예상했던 대로 구걸하는 대구시와 회초리를 든 국회의원간의 줄다리기 모습이었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24일 지역 주요 일간지는 국회의원들의 쓴 소리라는 타이틀을 걸어 대구시의 행정 오류에 대해 지적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들의 쓴 소리 잔치 말고서라도 여기저기서 흘러들어온 이야기들을 종합해보면, 도대체 당정협의라는 것이 언제까지 쓴 소리만 하는 모임으로 전락할 것인지에 의문이 강하게 든다.
일단 회초리를 든 국회의원들이 어디에 어떻게 사용되어질 돈인지에 대해 한 번 쯤 궁금증과 의혹을 갖는 것은 당연할지 모르지만, 이날 가진 당정협의의 모양을 대충 그려보자 치면 지난 번 대구시청에서 가진 당정협의 모양과 그리 다를 게 없었을 것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뇌리를 스친다.
특히 의원들마다 한 마디씩 하자고 가져다 놓은 마이크 앞에서는 여지없이 그동안 누누이, 아니 주구장창 읊어 왔던 내용들이 고스란히 복사되어 나오고, 그렇게 한마디씩 하다 보니,각자 약속이 있는 사람들은 하나씩 둘씩 자리에서 일어나고, 결국은 속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자리는 이번에도 만들어지지 않았던 것 같다는 어느 지역인사의 푸념은 ‘도대체 대구가 변할 가능성, 아니 변하고자 하는 마음은 있는 것인지......’조차 의심이 가고 궁금하다.
어쩌면 대구시를 향해 연신 변화에 대한 주문을 강요해 온 국회의원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오류에 빠져 대구의 변화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의아스럽기까지 하다. 그렇게 하루를 대구시는 빈손으로 갔다가 종아리에 잔뜩 멍만 들어 돌아온 셈인 것이다. 물론, 백번 맞아도 싸지만 말이다.
그러나 특이한 것은 이날 지역 출신 의원들 중 조원진 의원이 했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물론 그가 한 말이 풍부한 경험이나 현안에 대해 잘 인지한 상태서 나온 말인지는 본인으로서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기업 유치의 경쟁력(인센티브)을 세제혜택으로 찾기보다는 또 다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할 것“이라는 말. 어찌 보면 조 의원은 기업 유치라는 단순 측면만을 가지고 이야기했을지 모르나 필자는 대구시가 추구하고자 하는 정책의 방향을 대폭적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싶은 마음이 굴떡같다.
더 구체적으로 속마음을 끄집어내자면 지금과 같은 미래 불확실이 점쳐지는 정책,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보이지도 않는 불확실한 정책을 가지고 대구의 변화와 부활을 이야기하다가는 배가 산으로 가는지, 늪으로 가는지조차 모른 체 암초에 다다를 것이 뻔 하다는 것이 필자를 비롯한 대구를 걱정하는 일부 사람들의 중론이다. 생각해 보라. 무수한 정책을 발표하고 개발은 하지만, 그 정책들이 일관성이 있는지...그리고 시민들이 그 정책에 박수를 보내는지...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지금 대구시민들의 마음속에는 대구시청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무엇을 하려 하는지 관심조차 두고 싶지 않다는 게 옳은 표현이다. 시민 없는 정책, 지지 없는 계획이 다 무슨 소용이며, 성공한 들 무엇 하겠는가.
따라서 조 의원이 그랬던 누가 말을 했던.... 발상의 전환이라는 말은 누구보다 대구 시민들이 가장 많이 들어 온 말이겠지만, 이제는 전환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바로 코앞에 와있다는 사실을 대구시는 우선 직감해야 한다. 더불어 만날 때마다 회초리만 드는 지역 출신 국회의원들도 지역에서 자랑스럽게 으스댈 수 있는 실체를 안겨다 주어야 할 것이다. 혼내기보단 앞으로는 자신의 옆으로 바짝 다가설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는 미덕. 그것을 이 지역 출신 국회의원들에게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