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인 것으로 기억된다. 지난 대선 당시, 각자 경선을 치르기 위해 대구를 곧잘 찾았던 박근혜 전 대표와 민주당 추미애 의원. 그들이 25일 다른 곳도 아닌 같은 장소에서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이 기자들의 눈에 잡혔다. 오랜만의 일이기도 하지만, 지방에서는 참으로 보기 어려운 장면인지라 카메라는 이날 이 두 여성 정치인을 집중적으로 향했다.
특이한 점은 이 둘에게서 찾을 수 있는 흥미로운 공통점이 나름 많다는 것이다. 우선 외견상 보이는 성격은 두 사람 모두 차분하지만, 옳고 그름의 기준이 나름대로 명확하다는 것이다.또 아무에게나 허튼 소리를 잘 하지 않고 신중한 편이며, 발언에 무게가 있다. 게다가 두 사람 모두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여성보다는 남성이 더 많고, 믿고 따르는 정치인들 역시 여성보다 남성이 수적으로 훨씬 많다.
각자 자신들의 당을 대표할 만큼의 인지도와 차기 대통령 후보감으로 현장에서 만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 또한 닮은꼴이다. 출생지도 같은 대구다. 박 전 대표는 중구 삼덕동이 집이고, 추미애 의원 역시 중구 남산동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박 전 대표는 보수의 정당을, 추미애 의원은 진보의 정당을 택하면서 두 사람의 정치성향은 갈라졌다. 정치적 성향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실제 이들을 다르게만 느끼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박근혜 전 대표는 보수라고는 하지만, 사실은 정도와 원칙에 가깝다는 점에서 소속 정당의 이름만 빼면 진보라고도, 그렇다고 보수라고도 할 수없는 인물이다. 추미애 역시 진보지만 본인 스스로의 정치적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사람이다. 결국은 두 사람 모두 인간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대립이 됐던, 공유가 됐던 닮아 있는 부분이 너무도 많다는 점을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비슷한 것은 최근 들어 둘의 행보가 과감해지고 다방면에 걸쳐 있다는 점이다. 특히 박 전 대표는 예전과 달리 큰 보폭을 유지하고 있다. 그것이 서울이던, 지방(대구)이던 그의 발걸음은 이제까지와는 달리 굉장히 이례적이고 전방위적이다. 추미애 의원은 최근 들어 지역민들이 알아차릴 정도로 대구방문이 잦다. 학교 문제 때문이기도 하지만, 박근혜의 대항마는 자신이라고 지목할 정도로 그의 발걸음은 미래지향적이며 다분히 박근혜 전 대표에 공격적이다.
그들의 속마음이 무엇인지까지는 꿰뚫수 없겠으나 작금의 한국여성 정치에서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는 박근혜와 추미애 두 여성정치인이 국민들 앞에 자주 서는 일은 많으면 많을수록 국민들은 우리의 정치를 투명하게 바라볼 수 있는 인식 전환의 계기가 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특히 비한나라당의 볼모지인 이곳 대구와 영남권에서의 선의의 경쟁은 우리 저어치를 한층더 성숙하게 끌어 올릴 수 있는 좋은 기회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날 야당이지만 추미애 의원을 초청한 대구시의 선택은 참으로 박수를 쳐 줄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이날 대구스타디움에 모여든 많은 시민들도 두 대구 출신의 여성 정치인을 향해 박수를 보내고, 지역을 위해 헌신해 줄 것을 요구하는 모습은 그나마 절망의 늪 속에서 허우적거리던 대구에 작지만 희망이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계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