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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문화·음악

김천 시단 - 끝없는 안부

김천신문 기자 입력 2024.03.29 10:42 수정 2024.03.29 10:42

윤애라 시인·김천문인협회원

끝없는 안부



닿을 수 없는 이곳 아직도 찾으시나
속을 다 긁어내고 내 몸이 빈집일 때
등불을 높이 켜들어
더듬고 계신 아버지

모퉁이 닳은 시간 책상에 붙여 놓고
구월산 깊은 그늘 몰래 꺼내보시던
아버지 끝없는 안부가
먼 집에서 들려 온다


■ 종장에서 구별배행 기법을 쓴, 2수로 구성된 현대시조다. 각 수마다 장별배행과 구별배행 기법을 혼용, 두 수의 시조를 하나의 제목에 묶었다.
인도네시아는 300여 종 이상의 종족이 모여 2억6천만여 명의 인구가 사는 나라다. 국가 공통어로 인도네시아어를 쓰지만 400여 종의 지방어가 사용되어 의사 소통이 어려울 것은 당연하겠다. 한반도에는 이보다 훨씬 적은 영토에서 단일 민족이 단일언어를 사용하며 산다. 이것은 얼마나 파워풀한 국가 에너지일 것인가. 글로벌 시대에 무슨 소리냐 할지 모르지만, 세계에 민족과 국가가 동질성을 지닌 나라는 많지 않다.
한반도가 두 국가로 분단된 후 이산가족이 된 이들은 찾아가지 못하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평생 안고 살아간다. 시적 화자의 아버지는 평생 북한의 황해도 구월산 고향을 향한 그리움에 젖어 산다. 구월산은 단군이 세상을 떠난 곳, 임꺽정의 근거지였던 곳이다. 또한 시적 화자는‘속을 다 긁어내’듯 삶이 고달플 때 먼 곳을 그리워하는 아버지를 그리워한다. 화자의 그 먼 곳은 아버지의 산소일 수도 있다. 대상에 대한 안부 물음이 2층으로 형성된 시조다.
사람은 어떤 그리움이든 그리움을 지니고 산다.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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