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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수필공원-갈항사(지)를 찾아서

김희섭 기자 입력 2024.09.26 11:14 수정 2024.09.26 11:14

ⓒ 김천신문
김영호 / 화양연화 대표 / 전 대구교육대학교대구부설초등학교 교장

2024년 9월 18일 화요일, 민족의 최대 명절인 추석 오후에 갈항사(지)를 찾았다. 9월 6일에 주마간산 격으로 둘러보았던 갈항사(지)를 톺아보자는 각오였다. 화양연화 농장에서 봉산 1리(말마우)를 지나면 아포읍과 남면의 경계이다. 오봉천을 따라서 오봉저수지 상류에서 사진을 찍으니 물이 많이 빠졌다. 가뭄 탓인가 보다. 한편으로는 물도 넘치면 빠지고 달도 차면 기우는 자연의 섭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갈항마을 초입에는 물이 마른 작은 저수지가 있고 연이어 소나무, 그 뒤에는 수령 400년 이상을 자랑하는 정자나무(느티나무)가 있다. 마을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물을 넉넉하게 마시고 모자를 눌러쓰고 메모지를 들고 길을 나섰다. 주차장 바로 위쪽의 민가 담벼락에 갈항사 안내판이 붙어 있다. 길은 차가 서로 교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좁고 울퉁불퉁하다. 민가의 개도 더위에 지쳤는지 낯선 이를 보아도 아무 반응이 없다. 추석의 아주 따가운 햇살이 그대로인 길이 많다. 마을을 빠져나와 콘크리트길을 걷는데 그림자가 길동무를 해주어서 심심하지가 않았다.

드디어 갈항사 삼층석탑 안내판이 보였다. 대봉감나무밭의 입구에 세워져 있었다. 여기가 갈항사지인가 궁금해 하면서 맞은편의 돌 하나로 된 돌다리를 건너서 오봉리 석가여래좌상을 보았다. 보물 245호인데 염화시중의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이 없다. 다시 맞은편 조금 위쪽에는 철망으로 둘러친 좌불이 있다. 어떤 설명도 없다. 사람들이 소원을 빌었는지 바로 옆의 포대에는 술병이 가득하다. 오르막을 조금 걸어서 ‘공사중 천천히’라는 안내판을 지나면 넓은 터가 나온다.

왼쪽에는 검은색의 차양막을 친 큰 하우스, 고추밭과 민가가 보인다. 정면으로는 퇴비 빠레트가 보이고 큰 감나무가 추석의 햇살에 오롯이 몸을 맡기고 있다. 오른쪽에는 언제 시동을 걸었는지 모를 포크레인 한 대가 널브러져 있다. 연등은 세 개가 보인다. 이 세 개가 전부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돌에 세로로 갈항사라고 쓴 곳을 지나면 은행나무가 있고 바로 절이 있다. 이게 절이 맞나 싶기도 하다. ‘법당 및 노천 약사여래불 조성불사 천일기도’라는 간판이 붙어 있다. 그 누구의 인기척도 없다. 이어진 지붕 바로 오른쪽에는 경운기 등 각종 농기구와 가스통 2개 등이 가득하다.

궁금했다. 이게 갈항사인가? 혹시 민가에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으로 기웃거리니 호두나무 아래에 자리 잡은 백구 한 마리가 금방이라도 달려들 태세로 거세게 짖었다. 개 짖는 소리에 신발 두 개가 놓인 하얀 문이 열리면서 백발의 할머니 한 분이 나오셨다.
“여기 사시는 분이신가요?”“예, 맞아요. 어떻게 왔어요?”“예, 국보인 갈항사의 동서삼층석탑을 이곳으로 되찾아오자는 것을 보고 절을 찾아 왔습니다.”“아직 오지 않았어요. 왜놈들이…….”“어르신, 갈항사는 이곳이 맞는가요?”“여기가 아니고 요 아래 무슨 밭이더라 생각이 안 나네.”“아, 감나무밭, 대봉감나무밭 말인가요?”“맞아요. 그 감나무밭에 절이 있었고 석탑도 그곳에 있었어요.”

할머니는 이 절의 스님들은 여기서는 생활이 되지 않아서 밖에 나가(탁발)있다는 등의 이야기를 했다. 피곤하신지 방으로 들어가는 할머니에게“어르신 건강하세요.”라고 인사를 하고 종각과 삼신각을 보고 다시 내려왔다. 감나무밭 앞의 안내판 앞에서 쪼그리고 앉아서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냥 서서 보았을 때는 무성한 감나무잎 때문에 보이지 않았던 것이 보였다. 그렇다. 주마간산 식으로는 자세한 것을 알 수가 없다. 성급함을 자책하면서 안을 살피니 좌우로 작은 비석 같은 것이 보였다. 왼쪽은 동쪽이고 오른쪽은 서쪽이다. 남의 밭에 함부로 들어가는 것이 저어하긴 했지만, 주인을 기다릴 수도 없어서 실례를 무릅쓰고 왼쪽부터 들어가 보았다. 비석은 아니고 화강암 표식이다. 뒤쪽에 대한민국이라고 적혀 있다. 오른쪽에 가니 자세한 설명이 있다. 대봉감은 자신이 뿌리를 내린 곳이 국보의 오랜 터라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금오산의 단풍이 물들고 자신도 그 단풍 못지않은 자색이 되기를 소망하면서 추석의 햇살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갈항사는 통일신라시대인 758년 창건되었다. 삼층석탑은 1916년에 경복궁으로 이전되었고 지금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최근 김천에서는 국보 제99호인 갈항사지 동‧서 삼층석탑을 김천으로 이전하자는 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삼층석탑이 제자리를 찾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김천시민들의 마음이 하나가 되어야 할 것이다. 국보인 삼층석탑이 김천으로 이전이 결정되더라도 뒤따르는 일이 많다. 갈항사의 복원이다. 갈항사지의 국보를 김천의 다른 지역이나 사찰에 모실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자면 정확한 자리 확인, 사유지 매입, 진입로 등등 해결할 일이 많다. 하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갈항사를 복원하자! 국보인 갈항사지 동‧서 삼층석탑을 김천으로! 김천 시민의 품으로! 무엇이나 제 자리에 있을 때 가장 아름다운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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