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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時論-샤인머스캣 재배 농가의 눈물

김희섭 기자 입력 2024.10.23 19:43 수정 2024.10.23 19:43

당분간 지속될 가격하락에 대비에 고품질 포도생산으로 위기를 극복할 필요!

김천신문 편집국장
                                                                                                                                 
2020년 이른 봄, 우리 지역 농민들, 아니 일반인 사이에서도 '샤인머스캣' 은 더 이상 생소한 용어가 아니었다. 샤인머스캣 포도 재배는 직장을 다니면서도 부업으로 할수 있으며 고소득을 올리는 작물로 소문 나면서, 유튜브와 SNS상으로 재배 기술을 알려주며 농약 및 각종 영양비료를 소개하는 사이트가 봇물을 이뤘다. 주변에는 샤인머스캣 재배로 돈번 사람 이야기만 들리고 실패한 사람의 목소리는 없었다.

기존에 벼농사 짓던 땅을 포도 농장으로 바꾸려는 사람들이 늘어 나자 토지는 나오기가 무섭게 거래되고 수요가 많다 보니 토지 가격도 상승곡선를 그렸다. 지역 부동산업자에 따르면 그 당시부터 시내와 가까운 동, 면 지역의 토지 가격이 평균 50~100% 상승했다고 한다.

또한, 포도시설 하우스 시설업자들은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예약이 밀렸고 하우스 시설에 필요한 원자재(철근 등)값 상승과 더불어 수요가 늘어 나자 인건비도 급 상승했다.
샤인머스캇 묘목값은 접목은 주당 2만원까지 치솟았지만 웃돈을 주고도 구하지 못하는 때도 있었다. 시대의 흐름에 발 빠르게 움직인 농약, 비료 판매상들은 샤인머스캣의 인기로 성업을 이뤘다.

농협기술센터, 농협 등에서 실시하는 포도재배기술은 샤인머스캣강좌만 수강생들로 가득채워졌고 멀리 타지역에서 강의를 들으러 샤인머스캣의 주산지 김천을 찾았다. 강의를 듣는 많은 사람들은 귀농인, 대체작물을 찾는 농업인, 주부, 직장인. 퇴직을 앞둔 사람등 이었는데 농사 경험이 없고, 특히 포도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 대부분의 강의는 샤인머스캣포도의 보랏빛 전망과 묘목식재 후 2년생 이하의 초보적 교육에 초점이 맞춰졌다.

꿈에 부푼 농민들은 토지매입, 시설투자 등 비용으로 수억씩 투자를 했으며 김천포도농가들이 샤인머스캣 재배로 억대 부농이 되었다는 소문은 전국적으로 퍼졌다. 기존 재배 과일들은 샤인 품종으로 교체됐고, 인근 성주 참외 수박 고령 딸기농장도, 강원도 전라도 충청 심지어 제주 귤밭까지 샤인 시설하우스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불과 몇년 사이 샤인 재배 농가가 몇 배 증가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샤인머스캣 재배 면적은 2016년 278ha에서 올해 6182ha로 급상승했다. 8년 동안 약 22배 늘어났다. 물론 신규 샤인머스캣 재배농가 중 대부분은 타 포도 품종을 재배해왔던 기존 농가다. 샤인머스캣이 타 포도보다 단가가 높아 고소득 작물로 주목 받았기 때문에 수많은 기존 포도 농가들이 샤인머스캣으로 품목을 전환했다.

재배 면적과 재배 농가가 급증하다 보니 생산량 또한 크게 증가했다. 더욱이 올해는 샤인머스캣의 생육 상황 역시 양호한 편이었기 때문에 역대 가장 많은 샤인머스캣이 시장에 공급되었다. ​늘어나는 생산량과 반대로 샤인머스캣에 대한 수요는 감소 추세다.

이유는 품질 저하다. 일부 농가들이 수익 극대화를 위해 미숙과 샤인머스캣을 조기 출하하면서 소비자의 신뢰가 떨어졌다. 예전만큼 달지 않고, 껍질도 두꺼우며, 심지어 씨까지 나오는 저품질 샤인머스캣을 접한 소비자는 재구매를 꺼리기 일쑤다. 1차 수정 이후 120일 이상 자라야 당도도 높고 중량도 우수한 샤인머스캣을 수확할 수 있다. 그런데 일부 농가는 외관 상으로 손색이 없는 8월부터 출하를 서두른다. 통상 출하가 1주일 늦어질 경우 박스 당 도매가격이 천원 가까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샤인머스캣의 판매가 부진하자 전체 과일 중 포도 소비비중 역시 하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과일 소비 중 포도의 비중은 2022년 60.5%, 2023년 63%, 올해는 58%를 기록했다. 이는 소비자가 샤인머스캣의 대체 과일로 타 품종 포도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다른 과일을 선택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샤인머스캣의 위기는 곧 포도 농가의 위기를 의미한다. 현재 국내에서 재배되는 포도 중 샤인머스캣의 비율은 42.6%에 달한다. 샤인머스캣의 부진이 타 포도 품종의 강세로 이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지속적인 샤인머스캣 매출액 하락은 포도 농가에 치명적이다. 실제로 샤인머스캣이 유행하기 전까지 포도 재배 면적은 2000년 이후 줄곧 줄어왔다. 포도 농가의 전성기가 샤인머스캣 유행을 끝으로 마침표 찍을 위기에 놓였다.

4년이 지난 지금 가격은 폭락하고 농가들은 인건비 농약등 소요비용을 걱정해야 할 지경이다.
샤인재배농가가 많은 상주시는 생산 단계별 재배관리법교육, 고품질 포도재배교육 강화, 유명브랜드 부합 생산 집중등 위기를 극복하기위해 애쓰고있다. 또한 경산은 샤인머스켓 품질 관리단을 운영해 착과량, 당도관리로 고품질로 승부를 걸려고 한다.

전국샤인 재배농가의 약 30%를 차지하는 김천은 어떤가? 포도시설비닐하우스가 은빛 물결을 이루며 김천시 주요산업인 샤인머스켓포도 가격 폭락으로 농민들이 소비 지갑을 닫아 지역경제가 타격을 입고 있다.
돌이켜보면, 묻지마 투자와 진입으로 샤인머스캣재배가 전국적으로 확산될 때 포도관련부서에서 더 적극적으로 정확한 데이터를 제시하면서 공급과잉과 재배기술의 어려움을 경고했더라면 무모하게 재배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은 막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올해로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가격 폭락을 마주한 재배농부의 시름은 깊어지고 가슴은 타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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