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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수필

수필공원 - 며느리 친구들과 2박 3일

김천신문 기자 입력 2026.07.09 09:34 수정 2026.07.09 09:34

김영호(전 대구교육대학교 )대구부설초등학교 교장)

ⓒ 김천신문
“아부지, 저 수지 언니 친구 상아입니다. 서울 잘 도착해서 인사드려요. 무작정 들이닥친 저희를 따뜻하게 반겨주시고 챙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좋은 분들 만나 즐겁게 지냈어요. 앞으로도 수지 언니, 광섭 형부랑 우애 있게 지낼게요. 아부지도 항상 건강 잘 챙기시고, 기회 되면 또 인사드리러 가겠습니다.” “이상아님, 멀리 김천의 시골을 방문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덕분에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자주 놀러 오세요. 김가네 김장 때도 오시고. 혹 불편한 게 있었으면 시골이라 그러려니 하세요. 다음에는 에어컨도 빵빵하게 틀게요. 고맙습니다. 화양연화 농장에서 김영호가 드립니다.” 2026년 7월 5일 일요일 오후에 김천의 시골집과 화양연화 농장에서 2박 3일을 보내고 서울에 도착했다는 며느리 친구의 문자와 영호의 답장이다.

모두가 떠나고 절친인 박경흠 부부와 구미에서 저녁을 먹으면서 며느리 친구의 문자 이야기를 나누다가 “당신이 고생이 많았어요.”라는 영호의 말에 아내는 “포도알 솎기보다는 쉬운데.”라면서 대수롭지 않게 대답한다. 같이 저녁을 먹던 경흠이 부인이 “그만큼 영숙이 언니가 며느리가 편해서 그래요.”라고 장단을 맞춘다. “영숙씨가 기분이 좋았나 보네.”라면서 친구도 거든다. 아들과 며느리 그리고 며느리 친구들 4명의 삼산이수의 고장이자 과일천국이며 김밥천국인 김천에서의 2박 3일이 끝났다. 시댁이 시골이지만 크게 자랑한 며느리와 그 자랑에 덩달아 호응해 준 며느리 친구들이 참 고맙다.

올해 3월에 결혼한 아들 내외가 집들이하는 5월의 어느 주말을 전후해서 이런저런 대화가 가족 단체톡에 오갔다. 해장으로 끓인 갱시기 사진도 올라왔다. 그러던 중에 7월 초에 집에 내려가면 과일 먹을 게 있느냐는 물음이 있어서 신비 복숭아와 대극천 복숭아가 있다는 대답을 했다. 바로 며느리 친구 3명도 같이 온다는 답장이 올라왔다. 아내가 아들과 통화를 하니 집들이에 온 며느리 친구들이 시골 체험을 하고 싶다는 말에 일정을 잡았다고 한다. 우리 부부의 의견을 묻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통보를 한 것이다. 미리 우리 부부와 의견을 나누지 않았지만, 곰곰 생각하면 참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아내는 보름 전부터 집 정리를 시작했다. 남들이 보기에는 큰일도 소리 없이 차근차근 정리해 나가는 능력이 대단하다. 침구류는 새로 사거나 기존에 사용하던 것은 전부 세탁을 했다. 지난해 구미에서 김천의 아포로 이사하면서 미처 정리하지 못한 서적류는 과감하게 버렸다. 농막을 정리할 때는 첫째와 둘째 누나와 손발을 맞췄다. 영호는 화양연화 농장의 농막 주변과 복숭아밭의 풀을 정리했다. 하루 전에는 목초액을 희석해서 농막의 안팎을 소독했다. 집과 농막을 정리하는 도중에 “이런 걸 보면 가끔 손님이 오는 게 좋네.”라는 영호의 말에 아내는 살짝 눈을 흘겼지만 싫지 않은 표정이었다.

아파트와 농막 정리가 끝나자 2박 3일 동안의 숙식과 이동 경로를 의논했다. 아들과 며느리 그리고 며느리 친구들의 숙소는 우리가 사는 아파트로 하고, 아내와 영호는 농막에서 자기로 했다. 음식은 소고기, 돼지고기, 복어와 무침회, 그리고 화양연화 농장에서 자체 생산하는 호박잎, 깻잎, 호박 등을 이용한 전도 부치기도 했다. 이동할 때는 차량은 한 대를 기본으로 하되 필요하면 두 대를 동시에 이용하기로 했다. 체험은 토요일에 대극천 복숭아를 따고 상자에 담는 작업을 하기로 얼개를 짰다.

금요일 이른 오후부터 아내는 손님맞이 상을 차리기 시작했다. 화양연화 농장에서 채취한 깻잎과 쑥갓과 다른 채소를 섞어서 전을 부쳤다. 어느 틈엔가 양념 돼지갈비도 장만했다. 영호는 구미에서 싱글벙글 복어와 소고기를 샀다. 미리 준비해 둔 밑반찬도 많았다. 김천구미역에서 아들과 며느리 그리고 며느리 친구 3명을 만났다. 집에 오니 푸짐하고 정갈한 엄마표 밥상이 차려져 있었다. 밤 9시가 가까운 시각에 막걸리와 소주와 맥주가 오가는 만찬이 시작되었다. 틈을 봐서 아내와 영호는 화양연화 농장으로 오니 자귀나무는 사이좋게 잎을 맞대고 잠이 들었고, 잠을 깬 고양이 가족은 야식을 달라는 듯이 먼발치에서 어슬렁거렸다.

토요일 아침은 각자 해결을 하고 화양연화 농장에서 대극천 복숭아를 따는 작업을 했다. 영호가 먼저 시범을 보였다. “크고 색깔은 수줍은 새색시 얼굴 같은 것으로 따면 됩니다.” 영호도 함께 작업했다. 구미에 사는 며느리 친구의 친구도 합류했다. 아내는 점심 준비를 하고 여섯 명이 복숭아를 따니 금방 목표치를 채웠다. 그리고 신비 복숭아는 한 그루에 까치밥 두 개씩만 남기고 땄다. 모두가 적극적이고 즐거워했다. 복숭아 작업을 마치고 아들은 호박잎전을 부치기 시작했다. 전을 부치기가 바쁘게 맛있다는 탄성과 함께 게 눈 감추듯 사라졌다. 아침에 딴 호박을 잘게 썰어서 넣은 물이 끓을 때 아내가 미리 준비해 둔 밀가루 반죽으로 며느리와 그 친구들은 수제비를 뜨기 시작했다. 수제비가 얼마나 얇은지 식도를 타고 술술 넘어갔다. 점심을 먹고 잠시 숨을 돌린 뒤에 차 두 대로 대신역 카페로 갔다. 주인장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이제는 그 어떤 기차도 서지 않는 대신역에 기차가 지나갈 때면 영호는 눈을 감고 대신역에서 김천으로 대구로 등하교를 하던 고등학교와 대학교 시절로 돌아갔다가 다시 눈을 뜨고 현실로 돌아오곤 했다.

오후 4시 무렵에 천교장 부부가 대구의 10미(味) 중의 하나인 반고개 무침회와 미성당의 납작만두에 막걸리까지 공수해 왔다. 하루 전에 무침회와 납작만두를 사서 시식도 해보았다고 한다. 친형제만큼이나 우애 있게 지내는 천 교장 부부의 마음 씀씀이가 참 고맙다. 술이 두어 잔씩 돌았을 무렵에 절친인 박경흠이 상주 모동의 처가에서 장인어른 생신 기념을 마치고 출발한다는 전화가 왔다. 아들 부부와 며느리 친구 네 명, 구미의 박경흠 부부와 처제, 대구의 천 교장 부부, 우리 부부까지 모두 13명이 부부 금실의 상징인 자귀나무를 보면서 만찬을 즐겼다. 모두가 돌아가면서 자기소개와 독특한 건배사에 흥이 오르고 얼굴은 고향 뒤산에 걸린 노을만큼이나 붉게 물들었다. 1차 만찬을 마치고 농장 주변 산책을 하거나 의자에 앉아서 휴식을 취했다. 개와 늑대의 시간이 되면서 농막 안에서 소고기와 돼지고기로 2차 만찬을 시작했다. 흥겨운 노랫소리와 아내의 장구 장단이 화양연화 농장에 울려 퍼졌다. 모두가 떠난 화양연화 농장에서 빗소리를 자장가 삼아 아내와 영호는 단잠에 빠졌다.

일요일은 평소보다 조금 늦게 일어났다. 아침부터 장맛비가 오락가락했다. 아내는 부지런히 전을 부치기 시작했다. 토요일에 굽다가 남은 호박잎전, 김치전, 호박전을 순식간에 장만했다. 아파트에 있는 아들에게 연락하니 며느리가 갱시기를 끓여서 아침을 해결한다고 한다. 다시 화양연화 농장에 모였다. 아내가 붙인 세 가지의 전과 복숭아로 간식 겸 점심을 먹었다. 남은 것은 조금씩 싸서 서울행 기차에 실었다. 출발하기 전에 준비한 선물을 소개했다. 김가네 맛꼬방의 근원인 집간장과 샤인 머스캣 건포도, 하얀 수건 한 장, 대극천 복숭아, 감태나무 말린 차, 영호의 ‘턱시도의 가출’이 실린 김천신문 한 장씩을 가방에 담았다.

차량 두 대로 김천구미역으로 이동해서 선걸음에 배웅을 마치고 화양연화 농장으로 돌아왔다. 출가한 아들과 마음이 곱고 예쁜 며느리 덕분에 며느리 친구들까지 함께한 2박 3일이 끝났다. ‘가출한 턱시도’는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아서 서운한 마음이 없지는 않았다. 자귀나무는 잎을 활짝 펼치고 아직 피지 않은 꽃망울은 몽실몽실하다. 긴 대나무 장대에 매달린 두 개의 독수리 연은 바람에 몸을 맡긴다. 며느리 친구들과의 특별한 2박 3일의 일정을 마친 화양연화 농장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이 일상으로 돌아왔다. 2박 3일을 함께한 모든 이들이 화양연화, 오늘도 참 좋은 날이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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