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지원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함께 울고 웃은 날이 벌써 횟수로 3년이 됐지만 사건 하나하나에 무덤덤할 수 없는 곳이 이곳의 일이라며 한정숙(50세)씨는 쓴 웃음을 지어보였다.
전직교사였던 한정숙씨는 2002년도 특수학급(장애인)에 직업지도로 가정·기술을 가르치며 복지와 봉사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그러던 중 길을 걷다 우연히 피해자지원센터 앞의 자원봉사자모집 공고를 보고 무작정 이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피해자지원센터 봉사자로 일하는 것은 생각보다 싶지 않았다. 면접상담과 법정지원동행 등 범죄와 관련된 일들이었기 때문이다.
“한번은 부부가 다투다 남편에 의해 부인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어요. 남자는 구속되고 아이들만 남은 집을 정리하러 가게 됐죠. 솔직히 봉사를 하겠다는 마음이 없으면 할 수 없어요. 많이 무섭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거든요. 하지만 그 사건이 일어나는 현장을 목격한 아이들을 떠올리니 그런 건 아무것도 아니었어요.”
현장을 정리하고 돌아와 며칠을 그 아이들 생각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했다.
이일을 시작하며 많은 것을 알게 됐고 그로인해 많이 놀라기도 했다.
“면접상담을 하며 김천에도 피해여성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그 피해 정도에 놀랐어요. 한번은 친부에게 상습성폭행을 당한 아이를 맡게 되었어요. 그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동안 그런 행동을 하는 일부 어른들의 행태에 화가 났어요. 하지만 작은 저의 관심과 사랑에 반응하는 그 아이를 보며 화를 내는 것이 제가 할일이 아니란 걸 알았죠.”
상담자의 자질이란 피해자의 목소리를 들어주고 그 말에 함께 아파하며 함께 길을 찾아가는 동반자라고 했다.
“제가 얼마나 큰 힘이 될지 그건 알 수 없어요. 그냥 편하게 마음을 털어 놓을 수 있는 안식처가 되고 싶어요.”
얼마 전 피해자지원센터에 시스템에 변화가 있었다. 그 변화란 원스톱실명제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원스톱실명제 시스템이란 1회성의 상담과 도움에서 끝나지 않고 일이 해결된 뒤에도 계속 봉사자가 피해자들과 연계해 근황을 파악하는 것이다.
“이 시스템이 도입되고 저의 봉사활동이 더욱 행복해 졌어요. 솔직히 그동안 봉사를 하며 알게 된 분들의 걱정이 많이 되었지만 다른 사건들을 맡느라 찾아보는것이 힘들었거든요. 하지만 이제는 마음 놓고 그분들의 근황을 알 수 있게 되어서 기뻐요.”
한 손은 너 자신을 돕는 손이고 다른 한 손은 다른 사람을 돕는 손이다.’ 오드리 햅번이 숨을 거두기 일년 전 크리스마스 이브 때에 아들에게 전해주었다는 글귀를 가장 좋아한다는 한정숙씨는 생이 다하는 날까지 피해자들을 위해 항상 한손은 그들을 향해 있고 싶다고 했다. 봉사를 원하는 시민은 피해자지원센터(☎ 054-430-9091)로 문의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