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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천신문 |
류경무(50세) 첫 시집 ‘양이나 말처럼’(문학동네)이 발간됐다. 부산 동래 출신으로 3년 전 김천에 정착해 직장생활을 하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류경무 시인은 1999년 ‘시와반시’를 통해 등단한 시인. 그의 시집 ‘양이나 말처럼’에는 ‘에둘러오는’, ‘움직이는 중심’, ‘달에 관한 진술’, ‘목을 매다’ 등 65편의 시가 4부로 나눠 편집됐다.
나는 쉽게 벗겨지는 양말을 가졌다 쉽게 벗겨지려 하는, 양말의 재단사인 나는/ 양말을 위해 두 발을 축소시키거나 길게 늘여보기도 하는데// 나는 양말에 내 발을 꼭 맞춘다 나는 양말이 이끄는 대로 살아왔다 원래 나의 생업은 양말이었지만/ 양말은 너무 쉽게 벗겨지므로 양말은 이제 스스로 양말이 되려고 한다
류경무 시집 표제 시 앞부분이다.
류경무 시인은 책머리에 이렇게 썼다.
“희망이나 미래를 위해/ 생을 탕진할 필요가 있는가/ 연금을 넣고 아이를 키우고/ 오늘은 시도 한 편 더 썼다/ 이 문장들은 모두/ 어떤 죽음 앞에 예복을 차려입고/ 문상 온 손님들이다/ 아무도 누가 죽었는지도 모르고/ 상가에는 시신조차 보이지 않는다// 연인들이 활짝 웃으며/ 횡단보도를 건너온다 희망적으로”
해설은 이문재 시인이 썼다. 이문재 시인은 ‘우울 발랄 그로테스크’ 제목 아래 △우울하고 발랄한 타자-되기 △시는 왜 자꾸 동물이 되려 하는가 △시장전체주의와 ‘두 번째 생일’△모든 진정한 주체는 ‘나쁜 주체’△미래를 기억하는 것이 예언이다 등으로 나눠 시집에 수록된 시를 심도 있게 해설했다.
“류경무 시인의 첫 시집은 허투루 쓰인 시가 하나도 없다. 우울한데 발랄하고 발랄한데 그로테스크하다. 생각해보라. 우울한데 발랄할 때 우리에게 각인되는 건 어떤 색다름이다. 그럴 때 우린 그런 시를 ‘그로테스크하다’ 라고도 평하는데 그런 용어를 앞세우기보다 이렇게 해석하면 어떨까. 우리의 하루, 우리의 일주일, 우리의 한 달, 우리의 평생을 놓고 볼 때 슬펐다 기뻤다, 불행했다 행복했다, 눈물 났다 웃음 났다 하는 감정적 변화가 하루에도 수십 번씩 옷을 갈아입는다. 그렇다고 한다면 이 시집이 가진 다양한 컬러가 유난스러운 것이 아니라 당연한 살색이란 얘기가 된다. 우리들 살아가는 거 다 이 시집 속 면면을 닮았다.”
류경무 시인이 등단 16년 만에 발간한 시집 ‘양이나 말처럼’을 펴낸 문학동네의 책 소개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