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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천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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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밤낮을 한마디 말도 없이
곡기 다 끊고 물 한 모금 안 마시고
정신을 놓더니 스르르 눈을 감는다
시간의 완강한 거부
세상과 절연하는 순간이 노을처럼 장엄하다
76년의 삶*
길지도 않았고 짧지도 않았지만 그대
불면으로 지새운 밤이 하도 많아서
생명 그래프의 선
황급히 고개 떨어뜨리는 것일까
나 또한 죽을 때를 택하라면
하루해 저무는 황혼녘을 택하고 싶다
하늘이 한껏 충혈될 때
새들은 깃들 곳을 찾아 가리
세상의 저쪽 저문 들판에서
목동은 양떼를 우리로 데려가리
하늘은 핏빛으로 물들어
죽음의 메시지를 만천하에 전하는데
인간으로 살았던 그대 마지막 들숨 날숨을
함께하는 이 시간이 얼마나 정직한지
이 시간만은 얼마나 겸손한지
*1931년생인 내 어머니는 김천의료원에서 2007년 2월 19일에 돌아가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