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건물을 매입한 새 건물주가 건물 철거 및 신축을 이유로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하였으나 법원은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건물주는 법무부와의 질의회신을 내밀며 갱신거절의 적법성을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마저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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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천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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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대구지법 항소심 재판부(재판장 김형태)는 건물주 A법인이 임차인 B씨를 상대로 제기한 건물 인도 소송에서 원고의 항소를 기각, 1심 판결을 유지했다.
B씨는 2015년 12월 대구 달성공원 인근의 한 상가를 보증금 1천만원, 월세 60만원, 임대기간 2년으로 임대해 식당을 차렸다. 수개월 뒤 이 상가건물을 매입한 A법인은 건물을 철거하고 양로원을 신축하겠다며 임대기간이 만료되면 건물을 비워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B씨는 계약갱신을 끈질기게 고집한 끝에 가까스로 계약을 갱신할 수 있었다. 그 후 2년이 흘러 갱신된 기간의 만료일이 다가오자 A법인은 또다시 건물철거 계획을 내세워 건물 인도를 요구했으며, B씨가 이를 거절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B씨의 손을 들어줬으나 A법인은 이에 굴하지 않고 항소를 제기했다. 1심에서 변호인 선임 없이 힘들게 재판에 임했던 B씨는 항소심을 맞이하게 되자 불안한 나머지 대한법률구조공단을 찾아 도움을 요청했다.
A법인은 현행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 따라 B씨가 건물을 비워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가임대차법에 따르면, 임차인은 갱신요구권을 행사해 최장 10년까지 영업을 지속할 수 있으나, 임대인이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공사시기, 소요기간 등을 포함한 철거·재건축 계획을 고지하고 이를 실행하는 경우에는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
문제는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의 해석에 집중됐다. A법인은 최초의 계약뿐만 아니라 갱신되는 계약에도 이 조항이 적용된다고 주장했다.
A법인은 이 건물을 매입하기 몇 달전 법무부에 질의해 회신받은 자료도 제출했다. 법무부는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에 대해 최초의 임대차계약 뿐만 아니라 갱신계약도 해당된다는 취지로 답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법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임차인 보호를 위한 입법취지를 고려할 때 ‘임대차계약 체결’에 계약갱신까지 포함할 경우 임차인에게 불리한 확대해석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또한, 상가건물의 임대인이 바뀐 경우에도 임차인을 안정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법무부와의 질의회신에 대해서는 정부 유권해석으로 볼 수 없고, 설령 유권해석이라 하더라도 법원이 행정청의 유권해석에 구속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했다.
소송을 수행한 공단 소속 이기호 변호사는 “건물주가 바뀌어도 임차인의 권리는 보호되어야 한다는 상식이 승리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