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은 가을을 “사람 향한 그리움에 마음이 깊어지는 계절”이라고 했던가? 그 가을이 자꾸만 낮은 곳으로 내려앉던 지난 16일, “제10회 김천 황악산 전국 사진 촬영대회”가 열린 직지문화공원 앞마당에서는 우리 시대 최고 명인 청악 이홍화 선생의 붓글씨 퍼포먼스가 있었다.
가을의 정취와 가을 단풍의 흥취에 젖으며, 명인의 모습을 가을 시 몇 편과 게재한다.
아무도 밟지 말라고 가을이 오고 있다
무엇이든 훔치려는 손을 내려놓으라고 가을은 온다
힘 빠지는 고요를 두 손으로 받치듯 무겁게 무겁게 차오르는 가을
[이병률 '일말의 계절' 중에서]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 쉬고 있는
나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나태주 '멀리서 빈다' 중에서]
불편과 고독은 견디는 것이 아니라 추구하는 것,
불편과 고독의 날개 없이는 삶은 저 푸른 하늘을 날 수 없으니
굽이 도는 불편함 속에 강물은 새롭고 우뚝 선 고독 속에 하얀 산정은 빛난다.
[박노해 '불편과 고독' 중에서]
낡은 앨범 먼지를 헤치고 까마득한 사연들이 튀어나온다.
가을바람소리는 속절없는 세월에 감금된 이의 벗이 되었다.
연인이 되었다. 안주가 되었다.
[최영미 '가을바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