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11월 18일, 뉴욕에 있는 M-TV 스튜디오에서는 그런지의 절대 강자 너바나(Nirvana)의 언플러그드 공연이 열렸다. 그르렁거리는 거친 기타 사운드를 앞세웠던 너바나로서는 언플러그드 공연이 다소 어울리지 않은 듯 하지만 그러나 너바나는 이날의 공연에서 숨겨진 또 다른 매력을 뿜어내며 최고의 무대를 선사했다.
1980년대 말 시작된 M-TV 언플러그드 공연은 그동안 ⌜Without you⌟의 너무나 멋진 리메이크를 낳았던 머라이어 캐리, 거장다운 여유로움과 명곡⌜Layla⌟의 새로운 탄생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에릭 클랩튼의 공연을 비롯해서 화제가 되었던 많은 공연과 실황 앨범으로 인기를 끌고 있었지만 이날 의 너바나 공연과 그 실황을 담은 실황 앨범 역시 명 공연과 음반의 반열에 오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커트 코베인(Kurt Cobain)의 거친 보컬은 어쿠스틱 사운드와 어울려 섬세함까지 더하고 있으며 뒤를 받치는 멤버들의 연주 역시 화려하진 않지만 빈틈없고 안정적이다. 이날의 공연에서 너바나는⌜All apologies⌟,⌜Come as you are⌟등 자신들의 히트곡들은 물론 바셀린스나 미트 퍼페츠와 같은 자신들이 존경하던 밴드들의 음악을 다수 리메이크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데이빗 보위의⌜The man who sold the world⌟ 의 리메이크는 단연 압권이었다. 한가지 너바나의 최고 히트곡이자 그런지의 찬가로 불리는⌜Smells like teen spirit⌟가 빠져 있다는 아쉬움이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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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알듯이 이듬해인 1994년 4월 커트 코베인의 자살과 함께 전설 속으로 사라지게 되는 너바나에게 이 작품은 본의 아니게(?) 유작 앨범으로 남았다(시간이 더 흐른 뒤인 1996년 또 하나의 라이브 앨범이 발매되긴 했다). 이날의 공연 실황을 담은 앨범⌜Unplugged In New York⌟은 커트 코베인의 사후인 1994년 11월 발매되어 영국과 미국 차트에서 공히 데뷔 1위라는 뛰어난 성적을 올리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영웅은 이미 산화했지만 팬들은 변함없는 사랑으로 떠나간 커트 코베인의 넋을 달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