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more
교육·문화·음악 종합

새로 나온 책 - ‘김천 상상력’의 가치와 그것의 사회적 내면화

김천신문 기자 입력 2023.01.12 16:57 수정 2023.01.13 16:57

『김천문학』 41집 발간에 붙여

한국문인협회김천지부가 『김천문학』 41집을 출간했다. 인구 15만 명의 지역 문단 문인들이 김천지역 문학 전통과 지역문화에 대한 자긍심으로 만든 책이다. 문학의 가치가 자본과 대중성을 좇는 시류에 밀려나는 속기(俗氣) 가득한 시대에, 정신문화 지주(支柱)로서 문학의 역할을 지키려는 지역 문인들의 시대 조응 감수성을 잘 보여 주는 책이다.

문인들에게 공간(지역)이란 무엇인가. 이는 호락호락한 물음이 아니다. 문인 작가에게 공간은 작품 생산에 작용하는 항존(恒存)의 독립변수이다. 물과 공기가 천지에 가득하여 그것을 마시고 호흡하는 인간이 그 혜택과 고마움을 놓치듯, 우리는 작품의 ‘생산-소통-수용’에 관여하는 공간의 의미를 간과하기 쉽다.

작가에게 공간은 두 개의 층위로 존재하고 작용한다. 하나는 자신이 형상화하는 작품 안에 설정하는 공간이다. 예컨대, ‘직지사’, ‘황악산’, ‘김천장날 황금시장’ 등의 공간을 작품에 끌어오는 경우이다. 다른 하나는 작가를 생장하게 해준 김천이라는 공간이 빚어내는 물질적 정신적 자양이 작가의 세계관이나 인간관, 자연관, 언어관 등에 영향을 주어서, 그것이 작가로서의 총체적, 통찰력(작가적 영성)으로 발현되는 경우이다. 이 공간은 그냥 비어 있는 공간이 아니라, 자연의 기후와 풍토가 그 어떤 고유성을 드러내며 그 속에서 사람이 살고, 문화가 숨 쉬고, 물산이 생(生)의 활기를 만드는 그런 공간이다.

이 양자는 서로 상호 상승작용을 하면서, 작가를 ‘김천의 작가’로 자리매김 한다. 그 ‘김천의 작가’가 널리 소통될 때 그는 ‘한국의 작가’가 되고, ‘세계의 작가’가 된다. 그냥 처음부터 세계의 작가로 등장하는 작가는 없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말은 그런 인식 위에 성립한다. 요컨대 지역성(localism)은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세계성(globalism)과 동전의 앞뒷면처럼 함께 존재한다. 적어도 문화적으로는 그렇다.

ⓒ 김천신문

『김천문학』 41집은 지역 문인들의 창작 욕구를 다채롭게 반영했다. ‘김천문학’이 글쓰기의 경작지에서 ‘김천 상상력’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수록된 작품들이 그런 싹을 안으로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권두에 국내 유명 문학상을 받은 세 작가(김석인, 박화남, 유선철)의 작품과 수상 담론을 소개하였다. 수상의 가치와 의미를 시민과 독자들이 오래 음미할 수 있게 한다. 수상 작품이 삶의 ‘현실’과 그것을 넘어서려는 ‘이데아’를 조화하려는, 작가들의 단단한 상상력을 엿보이고 있다. 지역 문단을 일깨우고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책에는 김천 문인들의 시 13편, 시조 18편, 수필 6편, 출향인들의 시·시조 11편, 수필 2편을 실었다. 문학 생태현상과 김천 수필문학의 초반기 역사에 관한 두 개의 담론을 특집으로 마련했다. 재향 문인과 출향 문인들의 작품 게재는 주제, 장르, 정서 등의 차원에서 ‘김천 상상력’을 적극적으로 도모하는 입체적 기획을 시도해 봄 직도 할 것이다.

백수 선생의 시조 문학 본향답게 시조 작품들이 양과 질에서 수준을 보여 준다. 김천 자체가 국가 수준의 시조문화 브랜드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시조 작품의 창작과 비평, 교육과 소통, 우수 시조시인 배출 면에서 김천이 다른 지역과 확실한 차별성을 갖고 있는데, 이를 선점하도록 추동할 수는 없을까. 문인들만으로는 되지 않을 것이다. 김천시와 교육지원청의 문화 및 교육 정책에 적절한 연계점을 마련할 수는 없을까.
시조 문학의 상대적 약진은 다른 장르의 상대적 취약을 불가피하게 드러낸다. 김천문학의 총체를 균형 있게 발전시키고, 김천문학의 중·장기적인 발전을 기하려면 이 문제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하리라. 그런 면에서 청소년 학생들이 지역 내 문학 백일장에서 수상한 작품들을 상당한 지면을 할애하여 수록한 것은 의미가 크다. 청소년들은 차세대 김천문학을 이어갈 인재들이다. 문인 공동체의 매체에 문인 아닌 사람들의 문학 활동과 창작 노력을 반영해 주는 것도 종국에는 ‘김천문학’의 발전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김천문학』은 ‘김천’을 문예적으로 가치화한다는 점에서 그 존재 의의가 뚜렷하다. 지역의 문화와 정서를 공유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김천 상상력’을 개발하고 가치화하고 있다. ‘김천’이라는 공간을 문학적 상상력으로 표상함으로써, 이 책은 작가들의 지역 문화적 정체성을 정련시켜 갈 것이다.

박인기:경인교육대학교 명예교수/문학교육 전공/한국독서학회 고문.



저작권자 김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